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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미중 공조로 ‘제3국 망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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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미중 공조로 ‘제3국 망명길’

입력
2017.03.0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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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동영상에 등장

“아버지는 며칠 전 피살됐다”

동영상 올린 ‘천리마민방위’

“中ㆍ미ㆍ네덜란드 정부에 감사”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로 추정되는 인물이 유튜브에 등장했다. 연합뉴스.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로 추정되는 인물이 유튜브에 등장했다.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에서 독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이 8일 자신의 신변을 확인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동영상을 게시한 ‘천리마 민방위’가 김정남 가족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며 중국, 미국, 네덜란드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을 고려하면 김한솔이 국제 공조로 마카오를 벗어나 제3국에 은신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한솔이 현재 체류하는 국가를 두고선 다양한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김한솔은 이날 ‘KHS Vedio’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유튜브 영상에서 영어로 “내 이름은 김한솔로 북한 김씨 가문의 한 명”이라며 “내 아버지는 며칠 전 피살됐다”고 말했다. 40초 짜리 이 동영상에서 그는 자신의 외교관용 여권을 보여줬지만 여권 부분이 모자이크 처리돼 이름과 여권번호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신의 신변 안전을 전하는 김한솔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으며 비교적 건강해 보였다. 그는 “저는 지금 어머니(이혜경)와 여동생(솔이)과 함께 있다. 상황이 더 나아지리라 기대한다”며 애써 웃어 보이기도 했다.

정부는 동영상 속 인물이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맞다고 확인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화면 속 인물이 김한솔이 맞고, 그가 직접 동영상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이 동영상을 올린 ‘천리마민방위’에 대해선 구체적 실체를 밝히지 않았다. 정보 당국은 천리마민방위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만 밝혔고, 통일부 등 관계 부처도 “처음 듣는 이름의 단체”라는 반응을 보였다.

천리마민방위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김정남 피살 이후 그 가족에게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이 왔다”며 “급속히 그들을 만나 안전한 곳으로 직접 이동해 드렸다”고 밝혔다. 특히 이 단체는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정부, 중국 정부, 미국 정부와 한 무명의 정부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4개 국가가 김한솔 피신 과정에 협조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타국 정부가 북한 정권으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고 있는 인물을 제3국으로 피신시킨 것으로 사실상 정치적 망명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 상황을 더 파악해야겠지만, 제3국 정부가 김한솔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면 정치적 망명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김한솔이 체류중인 나라를 두고선 우선 네덜란드가 거론되고 있다. 천리마민방위는 “갑작스레 도움을 요청했을 때 우리에게 급속히 응답을 주신 주조선ㆍ주한 네덜란드 엠브레흐츠 대사님께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 관계자는 “아무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당분간 로디 엠브레흐츠 대사도 외부 접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관측이 천리마민방위측의 설명을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미뤄 어떤 식으로든 김한솔 피신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한솔이 네덜란드에 은신중인 상황에서 네덜란드의 도움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자신의 거처를 스스로 드러냈을 가능성은 낮아, 네덜란드가 중간 기착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김한솔이 ‘무명의 정부’라며 구체적인 국명을 숨긴 나라에서 보호를 받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네덜란드를 통해서 다른 유럽 국가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한솔은 과거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했기 때문에 정서적 측면에서도 유럽 지역을 택했을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김한솔이 제3국에 있더라도 중국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을 여지도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김한솔을 비롯한 김정남의 가족들은 북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인물이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제3국에 김한솔의 신변을 위탁하는 형식으로 피신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신변 위협을 느껴온 김한솔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받아들인 중국이 다시 미국, 네덜란드, 무명의 정부 등의 협조를 받아 제3국으로 김한솔을 피신시켰을 것이라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김한솔이 우리 정보 기관의 도움이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외교부는 김한솔의 소재지와 탈출 과정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조영빈 기자ㆍ손효숙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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