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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식 칼럼] 안철수의 시간과 공간

입력
2017.03.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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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3 이후 호남당 대주주 한계 드러내

황교안 불출마로 중도보수 흡수 새 기회

安의 역할 있어야 건강한 대선게임 가능

.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예방, 염수정 추기경과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상황과 지도자의 역할 등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예방, 염수정 추기경과 대통령 탄핵 이후 정국상황과 지도자의 역할 등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이맘때 그는 훅 갈 뻔했다. "물도, 먹을 것도 없고, 사방에 적뿐인 힘들고 두려운 광야에 서 있다"는 자신의 말처럼 그는 사면초가였다. 반패권과 새 정치를 명분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뒤 "적대적 공생관계의 기득권 양당구조를 깨겠다"며 국민의당을 만들어 4ㆍ13 총선을 지휘할 때였다. 환경은 척박했다. 당시 민주당은 개헌의석까지 넘보는 새누리당을 견제해 달라고 호소하며 그를 '선거=구도'라는 정치의 기초와 생리도 모르는 치기 어린 아마추어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그는 "호사가들의 안주거리, 언론의 조롱거리, 정치권의 비웃음거리가 돼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만 변치 말라"는 아내의 격려, "국민들은 퇴행적인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무조건 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익숙한 실패를 답습하는 것"이라는 소신으로, 독자노선을 밀고 갔다. 만용처럼 비쳤던 그의 고집과 판단이 이룬 성과는 아는 대로다. 하지만 이후 수도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원내 3당 대주주의 존재감은 뚜렷하지 않았고, 탄핵정국에서도 "리더십의 정체가 뭐냐"는 의구심에 시달리기도 했다.

안철수 얘기다. 탄핵정국에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던 지지율이 헌재 결정을 전후해 조금씩 반등하는 터에 보수진영 후보감들이 잇달아 낙마하자 그가 줄곧 주장해 온 '안철수의 시간'이 과연 올 수 있을지 관심이다.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대선 날짜가 확정된 이후 정국초점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문재인 대세론에 모아지면서 "문재인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그의 말이 새삼 부각돼서다.

더구나 엊그제 보수진영의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지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중도보수에 가까운 안 전 대표가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이 많다. 묘한 것은 한때 보수의 아이콘이었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하차를 예견해 눈길을 모았던 안 전 대표가 2월 중순 TV대담에서 황 대행의 출마 포기도 점쳤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한민국을 개혁할 적임자가 과연 누구인지, 누가 더 좋은 대통령인지 묻게 되는 순간 문재인의 시간은 안철수의 시간으로 급격히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그의 장담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그럼 안철수는 자신의 시간뿐 아니라 공간을 맞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그는 이달 초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리더십 요건으로 청렴ㆍ유능ㆍ미래ㆍ책임ㆍ통합 등 5가지를 꼽고 의사와 기업가, 교육자와 정치인 등을 거치며 정책과 소통 능력을 두루 익힌 자신이 미래형 리더십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자신했다. 범생 스타일과 유약한 이미지를 벗지 못하던 그의 리더십이 창당과 총선, 탄핵국면의 시련을 거치며 단단해지고 언행에서 결기가 느껴진다는 것은 주변의 얘기로 확인되고, 당세의 취약함을 감안하더라도 그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야박한 점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그에게 선뜻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은 왜일까. 국민의당 고위당직자에게 물어봤다. "한마디로 포용력이다. 본인은 나름 정성을 다해 사람을 끌어안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초기에 안철수 주변에 있던 사람 중 지금 남아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느냐. 정치는 조직과 자금, 메시지 등 3요소가 잘 어울려 돌아가야 한다. 그를 떠난 인사 중 한 사람이라도 다시 모셔오면 분위기가 확 바뀔 것이다. 본인이 메시지 이상으로 조직에 더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사실 안철수의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찾느냐는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다. 하지만 보수진영에 자성의 시간이 요구된다 하더라도 대선시장이 진보진영의 잔치로만 전개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문재인 주변 인사의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벌써부터 점령군 행세하는 일부 인사 사례는 건강한 대선 게임이 왜 필요한지 단적으로 보여 준다. 안철수가 그 역할을 감당할 깜냥이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그가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찾기 바란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어떤 해악을 끼치고 몰락하는지 생생히 체험했기에 더욱 그렇다.

논설고문 jtino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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