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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약에 취해 경찰서 들어가 신변보호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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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마약에 취해 경찰서 들어가 신변보호 요청

입력
2016.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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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통해 대만 원정투약 30대

대검찰청이 최근 내놓은 ‘2015 마약류범죄백서’를 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1,916명으로 집계돼 최고치였던 2009년(1만1,875명)을 넘어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검찰청이 최근 내놓은 ‘2015 마약류범죄백서’를 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1,916명으로 집계돼 최고치였던 2009년(1만1,875명)을 넘어섰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21일 오후 4시 서울 강서경찰서 강력 2팀으로 한 남성이 쫓기듯 들어왔다. 그는 “누군가 자신을 미행하고 있다”며 경찰에 다급히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하지만 베테랑 형사들 눈에 비친 남성의 행동은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웠다. 마약 투약을 의심한 경찰은 남성을 마약사건전담팀으로 인계했고, 수사팀은 흥분한 남성을 진정시킨 뒤 차분하게 전후 사정을 전해 들었다. 형사들의 직감은 맞아 떨어졌다. 이 남성은 필로폰을 투약하고 환각 상태에서 제 발로 경찰서를 찾은 것이다. 곧장 소변검사를 통해 마약 양성 반응을 확인한 경찰은 김모(37)씨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자초지종은 이랬다. 외국계 회사 직원인 김씨는 지난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신종 마약류인 엑스터시를 구입하고자 마음 먹었다. 김씨는 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엑스터시를 수소문했고, 마침 이 포스팅을 본 대만인 A씨가 자신이 구해줄 수 있다며 만남을 제안했다. A씨 제안에 끌려 대만으로 날아 간 김씨는 당일 저녁 한 호텔에서 A씨를 만났다. 하지만 A씨는 엑스터시 대신 필로폰을 김씨에게 투약한 뒤 성관계를 맺고 사라졌다.

A씨와 헤어진 김씨는 21일 오전 귀국했으나 누군가 계속 자신을 쫓고 있다는 환각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결국 자택에서 가장 가까운 강서서를 찾았다가 마약 투약 사실이 들통난 것이다.

김씨처럼 SNS를 매개로 손쉽게 마약을 접하는 사례는 크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이 최근 내놓은 ‘2015 마약류범죄백서’를 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다인 1만1,916명으로 집계돼 최고치였던 2009년(1만1,875명)을 넘어섰다. 검찰은 마약사범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SNS 확산을 꼽고 있다. SNS를 통해 마약류를 접촉하는 통로가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제조 기술도 간편하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서서 관계자는 “SNS로 마약을 구입하고 실제 투약한 일반인을 검거한 것은 처음”이라며 “온라인을 활용한 마약류 유통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만큼 SNS에 대한 단속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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