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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명치료 중단 뒤에도 환자 생존하면 진료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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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연명치료 중단 뒤에도 환자 생존하면 진료비 내야”

입력
2016.01.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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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이 합법화한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했더라도 치료비는 가족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회복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이 합법화한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했더라도 치료비는 가족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최초 연명치료 거부 환자인 김 할머니 치료를 맡았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김 할머니 유족을 상대로 낸 진료비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인공호흡기를 뗐더라도 계속 생존했다면 사망 때까지 발생한 진료비는 가족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게 판결 취지다. 국회가 이달 '호스피스 완화 의료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른바 웰다잉법)'을 통과시켜 회복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 중단이 합법화한 가운데 연명치료 중단 이후 의료계약의 효력과 범위에 대한 첫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김 할머니는 2008년 2월 폐종양 조직검사를 받던 중 과다출혈 등으로 심정지가 발생하면서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 이후 인공호흡기를 부착한 채로 인공영양 공급 등 연명치료를 받았지만 가족들은 연명치료장치 제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5월 김 할머니가 과거 남편이 심근경색으로 숨질 때 연명치료에 반대했던 것을 본인 의사로 추정해 “인간답게 죽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가족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법원 판결에 따라 병원은 2009년 6월23일 김 할머니의 호흡기를 뗐으나 의료진의 예상을 깨고 김 할머니는 스스로 호흡을 이어가 201일간 생존한 끝에 2010년 1월 10일 사망했다.

세브란스병원은 가족들이 진료비 납부를 거부하자 김 할머니 진료가 시작된 2008년 2월부터 숨질 때까지의 진료비 8,710여 만원 중 미납금 8,690여 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병원 측이 청구한 진료비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사망 때까지 발생한 상급병실 이용료 6,669만원, 뇌사 판정을 전후한 김 할머니의 선택진료비 533만원, 연명치료 중단 소송이 제기되던 기간의 인공호흡기 유지비용 123만원 등이다.

소송의 쟁점은 연명치료 중단 판결이 확정돼 인공호흡기가 제거된 후 환자가 생존한 기간에 대해 병원 측이 입원비 등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연명치료 중단 판결이 확정된 경우 중단돼야 할 연명치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지였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연세대가 김옥경씨의 딸 이모씨 등 가족 6명을 상대로 낸 진료비 소송에서 “진료비 8,643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연명치료 중단 판결을 통해 추정되는 김 할머니의 의사는 일련의 진료행위 중 인공호흡기를 제거해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자 하는 의사로 해석된다”며 “의료계약 해지로 인해 세브란스 병원이 중단해야 할 진료행위는 인공호흡기 부착에 한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영양 및 수액공급, 항생제 투여 등 생명유지를 위한 진료와 병실사용에 관해선 의료계약이 유지돼 유족 측이 진료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례는 앞으로 연명치료가 중단되는 사례에도 적용될 전망이다. 최근 제정된 웰다잉법은 중지할 수 있는 연명치료를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치료를 중단한다고 해서 즉시 퇴원이 가능하지는 않다.

조원일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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