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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제학]다이슨은 혁신을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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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경제학]다이슨은 혁신을 말하지 않는다

입력
2017.05.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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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유형은 다양하다. 최근에는 성능 향상과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대체하는 파괴적 혁신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다이슨 제품들이 고가인 점을 감안하면 파괴적 혁신은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급진적 혁신에 가깝다. 급진적 혁신은 파격적 연구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의 유형이다. 보통 3년 이상의 막대한 연구개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실패의 위험도 높다. 하지만 성공하면 특허 확보 등을 통해 안정적인 시장 확보가 가능하다. 다이슨의 전략과 일치한다.

기술 중심의 기업이지만 디자인 수준도 만만치 않다. 날개 없는 선풍기와 헤어 드라이어의 미니멀 디자인은 미래지향적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정밀한 기계를 연상시키는 진공청소기는 로봇의 강인한 내구성이 느껴진다. 정해진 디자인 스펙에 무리하게 기술을 눌러 담거나, 첨단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디자인을 수정한 어색함도 없다. 잘 빠진 디자인과 첨단 기술들은 다이슨이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기업이란 이미지를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

다이슨은 세상에 없는 아이템을 개발하지도, 다수의 아이템도 개발하지 않는다. 청소 효율성을 높인 청소기, 조용하고 안전한 선풍기, 머리 손상을 줄인 헤어드라이어 등 필수 생활가전의 해묵은 문제 해결과 본래의 기능 향상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시켰다. 다이슨은 이러한 사용자 경험과 함께 환경 보호와 에너지 절약 등 범지구적 문제 해결에 참여한다는 가치를 통해 고객의 지갑을 열고 있다. 커피업계의 스타벅스, 자동차업계의 테슬라 모터스와 같은 프리미엄 전략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만났던 우리나라 대기업 관계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몇 년 전까지는 5년 후 시장을 바라보고 제품을 개발했는데, 현재는 2~3년으로 기간이 짧아졌다고 한다. 혁신적 제품 개발이 목표지만, 결과물은 이미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제품들을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어’ 역할만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임스 다이슨은 혁신보다 발명, 제품보다 기계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한다. 진정한 혁신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원포인트 경제학]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
[원포인트 경제학]차두원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연구위원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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