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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없는 북, 바라만 보는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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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없는 북, 바라만 보는 남

입력
2017.07.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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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회담 제의 끝내 불발

정부 “평화 정착 계속 노력”

北 어떻게 나올지 불투명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인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북한 병사들이 정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참전국 대표단을 관찰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인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북한 병사들이 정전 기념 행사에 참석한 참전국 대표단을 관찰하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첫 단추는 끝내 끼워지지 않았다. 27일은 마지노선이었다. 우리 정부는 17일 북한에 상호 적대 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하며 희망 날짜로 21일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북의 응답은 없었다. 정부는 시한을 일단 미뤘다. 베를린 구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정전협정 64주년까지였다. 줄기차게 호응을 촉구했지만 북은 기대를 저버렸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한반도 평화 정착과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우리 측 베를린 구상과 남북 군사회담 제안에 북측이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하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우리 제의에 북한의 응답이 없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다.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화 정착 등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그는 말했다.

정부는 애써 낙관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통일부 당국자는 “정부가 (북과의 대화에) 시한을 두고 접근한 게 아닌 데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러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대화 여건을 만들려고 선제적 조치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우선 더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여전하다. 20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상대방을 적대시하고 대결할 기도를 드러내면서 관계 개선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남측을 비난하더니 북 인권 관련 발언 등을 빌미 삼아 연일 우리 당국자들을 매도했다. 이날도 노동신문은 1면 사설에서 “미제가 흰 기를 들고 우리 앞에 무릎 꿇는 그날까지 더 억세게 비약해나가자”고 선동했다.

다만 도발에는 신중을 기하는 눈치다. 노재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쏠 가능성이 없냐’는 질문에 “우리 군이 한미 연합 정보자산을 동원해 추적 중인데 임박 징후는 없다”고 대답했다. 최근 이동식발사차량 움직임이 보인 평북 구성 일대 날씨가 궂은 탓이라는 분석도 없진 않다.

정전협정 체결일에 맞춰 북이 ICBM이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할 수 있다는 관측은 최근 미 국방부 관리를 인용한 미 언론 등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 입장에서는 이날이 전승 기념일이다. 하지만 미 측도 한 발 물러섰다. 제프 데이비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날짜를 특정해 발사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분명 호락호락하지는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북이 미국만 협상 대상으로 여기는 이상 추가 도발도 시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마무리 단계인 만큼 북이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보려 할 것”이라고 봤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이후인 9, 10월에 진전된 ICBM을 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북이 상황을 지켜보며 속도 조절을 하는 동안 우리가 얼마나 파격적인 카드를 제시할 수 있느냐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북이 쏜 미사일이 동해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건 아직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꺼내 들게 할 수 있는 레드라인(심리적 저지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동엽 교수는 “판세를 바꾸려면 낼 수 있는 카드는 다 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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