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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커플’이 유기동물 보호 드라마에 나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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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송커플’이 유기동물 보호 드라마에 나온다면

입력
2016.05.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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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한 유기견이 살처분 되기 위해 가스실로 이동하기 전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bigwan.up.n.seesaa.net
일본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한 유기견이 살처분 되기 위해 가스실로 이동하기 전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bigwan.up.n.seesaa.net

얼마 전 일본 유명 배우 카세 료(42)와 토다 에리카(28)의 열애설이 국내 온라인까지 들썩이게 했다. 이 뉴스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두 배우가 가장 최근 함께 출연했던 드라마가 지난달 단막극으로 방송된 유기동물 보호소의 내용을 담은 ‘이 거리의 생명에’였다는 점이다.

“붙잡히지 마라.” 그렇게 보게 된 드라마는 시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는 여자 주인공이 거리에 돌아다니는 유기견을 보고 혼잣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경우 유기동물이 보호소에 입소한 후 살처분 되기까지 걸리는 평균 기간이 5일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2014년 일본에서 1년간 살처분 된 개와 고양이는 10만 마리 이상이었다. 키우는 반려동물 대비 버려지는 비율은 우리나라가 높지만 살처분 비율은 우리나라보다도 일본이 높다.

드라마는 2009년 일본 환경부가 동물보호소 시설을 ‘안락사를 위한 일시적인 수용 장소’가 아닌 ‘반려동물과 만남의 장소’로 개보수하기 이전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살처분을 해야 하는 작업자는 보호소 속 개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악몽과 환각에 시달린다. 살처분 후 폐사 여부를 확인하는 수의사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이때 새로운 소장이 보호소에 부임하게 되고, 곧 살처분 될 유기동물에 이름을 붙여주며 목욕을 시키고 털을 깎아준다.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후 보호소는 유기동물의 가족을 찾아주는 장소로 점차 바뀌어 나가게 된다.

일본의 유기동물 보호소 내용을 다룬 드라마 속 카세 료(왼쪽)와 토다 에리카. 일본 와우와우TV ‘이 거리의 생명에’캡처.
일본의 유기동물 보호소 내용을 다룬 드라마 속 카세 료(왼쪽)와 토다 에리카. 일본 와우와우TV ‘이 거리의 생명에’캡처.

우선 유기동물 보호소의 내용을 드라마 주제로 다루는 게 놀라웠다. 국내에서는 유기동물을 드라마의 진지한 중심 주제로 다루기는커녕 단순히 동물의 귀여운 외모를 강조하며 드라마 속 감초 역할에 그치게 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드라마에는 부부나 애인이 헤어진다는 이유로, 직장을 지방으로 옮긴다는 이유로 키우던 동물을 버리러 오는 사람들, 또 유기동물을 가스실에 몰아넣고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죽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이 저지른 일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한다. 사람들이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직접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부분을 드라마를 통해 자연스럽게 알리고 있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비록 단막극이었지만 최고 인기 배우들이 기꺼이 출연했다는 것이다. 주연 배우들은 촬영을 끝낸 후 “사람과 동물의 문제는 어려운 주제이지만 이번 기회에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대본을 읽었을 땐 당황했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알게 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국내에서 지난해 버림받거나 길을 잃은 동물은 8만2,082마리에 달했다. 이 가운데 22.7%는 자연사, 20%는 안락사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자연사와 안락사를 합해 하루에 죽는 동물은 1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곧 유기동물이 평소보다 두 배로 늘어나는 휴가철이 다가온다. 버려진 동물들이 보호소에서 머무르다 견디지 못해 폐사하거나 살처분 되는 실상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쉽게 동물을 사거나 버리는 것도 줄어들지 않을까. 개와 고양이가 불행한 곳은 사람에게도 불행한 곳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 거리의 생명에’의 국내판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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