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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정신보건법, 재개정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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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정신보건법, 재개정이 답이다

입력
2017.02.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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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정신보건법대책TFT 위원장)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5월 30일 시행을 앞둔 개정 정신보건법이 논란이다. 정신질환자 인권보장을 위해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서, 치료과정에 개입하는 이중삼중의 복잡한 절차로 인해 환자건강권을 위협하고, 사회안전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입법과정뿐만 아니라 법 시행을 앞두고도 여전히 일방통행식 행보다. 복지부 건강정책국은 지난 10일 의료전문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신건강의학과와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신보건법을 시행하기 전에는 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달 안에 법 시행을 위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대구경북지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허탈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복지부가 이날 예정된 ‘정신보건법 관련 설명회’를 일방 취소했기 때문이다. “정신의학계와 소통하겠다”는 복지부 담당국장의 말은 한낱 허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불통 행보는 예상한 바다. 담당부서인 정신건강정책과가 지난해 이후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닫은 채 모순투성이인 법안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국회 종료 직전 정신보건법의 졸속 개정과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반응으로 나온 지난 5일자 ‘정신질환자 인권침해 뿌리뽑자’라는 복지부 차관의 기고문에는 문제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차관은 기고문에서 “개정 법안 시행 이후 입원 중인 8만 명 가운데 3개월 이상 입원자를 재심사해야 하고, 이후 심사를 위해 연간 10만 여 건의 사례 판정이 예상된다”며, “‘도가니’ 같은 영화가 더 이상 현실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심사 건수도 너무 적게 추정됐을 뿐만 아니라 심사 결과 연간 4만여 환자가 퇴원할 수 있어 그에 대한 우려가 전혀 없는 안이한 인식을 보여줬다. 또한 인권문제를 비유하기 위해 병원과 관련없는 특수 학교(청각 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를 고발한 영화 ‘도가니’를 예를 들고 있어, 보건당국의 정신건강 현안 무관심과 부주의함이 어떤지 여실히 보여줬다.

불통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지금의 탄핵정국을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게다가 보건의료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국민건강을 해악을 끼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일단 시행한 뒤 문제가 생기면 그 때에 개정을 논의하자는 보건당국의 안이한 태도에 아연 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반 법률도 시행하기 전에 문제가 예상되면 재고하기 마련이다. 하물며 생명과 직결되는 법안 시행에 이런 안일한 인식으로 일관한다면 법 시행 후 나타나는 문제 역시 보건당국의 몫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보건당국은 지금이라도 불통에서 벗어나 전문가들의 고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정신보건법 재개정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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