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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사원과 부장,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입력
2017.05.3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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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기업에 특강을 간 적이 있다. 주제는 ‘팀장들을 위한, 요즘 사원들을 이해하는 법’

질의응답 시간에 어느 50대 부장님이 진심으로 궁금한 표정으로 물어보셨다.

“당일에 갑자기 저녁 회식을 하면 안되나요?” “네, 당일 저녁에 회식을 잡으면 사원들이 싫어합니다.” “왜 싫어하는 건가요? 잘 해 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그냥 하지 마세요. 정 회식이 필요하시면 점심에 하세요.”

다른 부장님들도 진심으로 각자 답답한 점을 말씀하셨다. “요즘 사원들은 시키는 것만 하려고 해요.” “회사와 자신을 너무 구분짓는 것 같아요.” “건성으로만 네, 네 하고 대답하는 것 같아요.” 부장님들의 고민 속에서 어떤 서운함마저 느껴졌다.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자리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답답함은 사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금요일 저녁 회식하고 또 야근하는 게 너무 싫어요.” “처음엔 열심히 했는데 나중엔 의미가 없더라구요.” “퇴근 후에는 업무 연락 좀 안 했으면 해요.”

큰 회사의 사원과 작은 회사의 대표를 모두 겪은 필자 입장에서는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이해가 된다. 나 역시 사원 시절 부장님의 빨간 펜으로 보고서를 난도질 당하고 나면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빨리 퇴근해야 하는데 왜 쓸데없이 야근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퇴사 후 대표가 되고 나서는 어느새 나도 빨간 펜으로 팀원들의 보고서에 피드백을 주고, 밀려드는 업무량에 야근이 없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절로 들면서 ‘아 그때 부장님 마음이 이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웹툰 ‘송곳’의 명대사이다. 사원일 때 보고 듣는 것과, 대표일 때의 그것들은 확연히 다르다. 나란 사람의 본질이 크게 바뀐 것은 아니다. 단지 ‘자리’가 바뀐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막내 시절부터 높은 자리를 전부 겪어 본 어른들의 말씀도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너도 내 자리에 와 보면 알게 될거야.”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반대로 그 자리에 가지 못하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시절 그 자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지점들. 이미 높은 자리에 올라간 사람은 그 옛날 막내의 막막함을 기억하지 못한다.

막내는 힘이 없다. 힘이 없는 자가 힘이 있는 자를 먼저 이해할 수는 없다. 리더는 힘이 있다. 즉 먼저된 자가, 나중된 자를 이해해 주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되는 것이다.

리더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인사권, 평가권, 업무분배 등 회사 생활의 대부분의 권력은 리더가 쥐고 있다. 그렇다면 그 권력의 자리를 활용하여 어떻게 하면 사원들과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원들이 시키는 것만 한다면, 더 잘 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개인의 적성과 성장에 맞는 업무를 분배하고 동기부여를 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사원들이 회사와 자신을 너무 구분 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는 과거와 달리 회사가 개인을 평생 책임져 주지 않는다. 피차 평생 책임질 수 없다면 애초부터 개인과 조직의 관계를 동맹 관계로 생각하고 존중해야 한다.

사원들이 건성으로 대답하는 이유는 상사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일 확률이 높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 보다는, 한 번쯤은 그저 아무 말 없이 “그랬구나” 하고 경청만 해 보는 건 어떨까.

사원과 리더를 모두 겪어본 입장에서, 결론은 모든 것은 리더 탓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행복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의 찬사 역시 리더에게 돌아갈 것이다.

마지막 꿀팁은 무엇보다 회식은 금요일 저녁이 아닌, 평일 점심에 하자. 팀원들이 무척 좋아할 것이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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