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4차 발굴 조사 마무리
무기류도 나와…임란 때 격전지 추정
“역사적 가치” 사적지정 추진하기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광교산 자락에 고려시대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 서봉사지에서 경북 영주 부석사 석축과 맞먹는 거대 석축이 확인됐다. 무기류 등도 출토돼 임진왜란 격전지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용인시는 지난 2013년부터 서봉사지에 대한 발굴을 시작해 최근 4차 조사까지 모두 마무리, 1만6,097㎡에 달하는 절터 모습 대부분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특히 4차 조사에선 동ㆍ서 방향으로 길이 90m, 높이 7~9m에 달하는 축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일반 사찰에서 보기 드문 웅장한 규모로 영주 부석사의 석축과 비교될만한 가치를 지녔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조사단은 그 동안 27동의 건물터와 축대, 석탑지, 화장실 추정지, 진입계단 등을 확인하고 기와와 자기류, 불상편 등 645점의 유물을 출토했다. 또 절터가 산의 경사지에 따라 계단식으로 건축물이 배치되는 ‘산지가람’ 양식임을 밝혀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모두 6단이다.
이 가운데 축대가 나온 3단 앞에는 보물 제9호 현오국사탑비가 있으며 그 아래 4ㆍ5ㆍ6단에서 계단형으로 된 출입시설과 고려시대 건물터 등이 확인돼 12세기 이미 대규모 사찰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철제 화살촉과 창, 칼 등의 무기류도 나왔다. 서봉사가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당시 광교산 전투의 격전지였음을 뒷받침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와 ‘일성록(日省錄)’ 등에서도 호국불교 유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봉사는 조선 태조 때 자복사(왕실의 복을 기원하는 대형사찰)로 지정됐으나 임진왜란 등을 겪으면서 소실된 것으로 알려진다.
용인시는 추가 고증과 논문 작업 등을 거쳐 연말 학술대회를 연 뒤, 내년 사적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봉사지 일대에 스토리텔링 표지판 등도 만들어 시민에게 공개할 방침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굴 유적에 대한 정밀 3D스캔을 했다”며 “다양한 콘텐츠로 만들어 교육ㆍ연구 자료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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