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미국ㆍ독일, 더 심해진 감정싸움

알림

미국ㆍ독일, 더 심해진 감정싸움

입력
2017.05.30 22:18
0 0

獨 외무장관에 사민당까지 트럼프 비판 가세

트럼프는 무역적자ㆍ국방비 또 거론

지그마어 가브리엘(왼쪽) 독일 외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그마어 가브리엘(왼쪽) 독일 외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주요7개국(G7)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 실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독자 행보’ 발언을 계기로 형성된 미국과 독일의 대결구도가 서로를 향한 비판 발언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 독일은 지그마어 가브리엘 외무장관을 비롯해 야당 사회민주당(SPDㆍ사민당)의 마르틴 슐츠 대표마저 트럼프 비판 대열에 합류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독일을 겨냥했다.

메르켈 연정 내각에서 사민당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가브리엘 장관은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G7 합의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을 두고 “미국이 중요국가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며 “세계 권력 균형이 변화한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가브리엘 장관은 트럼프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무기 판매에 열중하고, 난민 보호와 기후변화 대책에 무관심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저녁 독일 ZDF방송의 저녁 메인뉴스에 출연해서는 더 나아가 “트럼프가 동료 정상들을 가르치려 들었고 심지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에서는 몬테네그로 총리를 밀쳐내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여기에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마저 메르켈 총리 옹호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9일 독일 방송사 도이체벨레(DW)가 공개한 영상을 인용해 슐츠가 “(트럼프는) 우리 정부의 수장(메르켈)을 굴욕적으로 대하려 했다”며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트럼프에 대한 가장 좋은 응답은 더 강한 유럽”이라는 메시지를 독일어ㆍ영어ㆍ프랑스어로 남기기도 했다. 30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맞이해 정상회담을 한 메르켈 총리도 이에 화답하듯 “유럽이 국제 문제의 중요 선수로서 뛰어야 한다”며 슐츠 대표의 ‘유럽 역할론’에 맞장구를 쳤다.

계속되는 독일 측 공격에 트럼프 대통령도 가만 있지 않았다. 30일 자신의 트위터 개인 계정을 통해 “미국은 독일에 막대한 무역 적자를 입고 있는데다 그들은 나토와 군비에도 투자해야 할 돈에 비해 훨씬 적게 투자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 나쁘다. 곧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과 독일 사이 ‘말의 전쟁’이 실제로 국제 외교질서 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전문 웹진 폴리티코 유럽판은 메르켈 총리의 ‘독자 행보’ 발언이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열린 집권 기독민주당(CDU)의 자매 정당 기독사회당(CSU)에서 맥주를 마시며 나온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것이 정말 독일 외교노선의 전환을 의미한다면, 그런 중대한 발언을 바이에른 맥주 텐트에서 했겠느냐”고 지적했다.

가브리엘 장관도 부담을 느꼈는지 30일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며 수습에 나섰다. “지금 독일과 미국은 (트럼프 때문에) 관계가 좋지 않지만, 트럼프보다 미국이 더 오래됐다”며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다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주 행사나 트위터에서 나온 발언이 외교를 결정할 수는 없는 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