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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할아버지는 왜 다리 잃은 날 파티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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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할아버지는 왜 다리 잃은 날 파티를 할까

입력
2014.07.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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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잃은 걸 기념합니다

니콜라우스 뉘첼 지음ㆍ유영미 옮김

서해문집ㆍ256쪽ㆍ1만1,900원

독일인 아우구스트 뮐러는 22세 때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다. 목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프랑스 동부 전투에서 종아리에 포탄 파편을 맞았다. 치료를 제대로 못 받아 한쪽 다리를 잘라야 했다.

뮐러는 고향에 돌아와 평생 불편한 몸을 이끌고 목회 활동을 해야 했다. 하지만 가족은 그가 다리를 잃은 8월 24일이면 매년 파티를 열었다. 혈육이 다리를 전쟁에 바친 대신 생환했으니 가족으로서 어찌 기쁘지 않았겠는가. 뮐러의 외손자인 니콜라우스 뉘첼은 자초지종을 모르니 어렸을 적부터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다리를 잃었는데 기뻐하며 기념하다니. ‘다리를 잃은 걸 기념합니다’는 프리랜서 언론인 뉘첼의 이런 의문에서 시작한 책이다.

100년 전 유럽은 전쟁의 기운이 팽배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은 전쟁의 명분을 찾느라 고심했다. 죽이지 않으면 죽음을 당하는 적자생존의 국제관계(라고 각각 믿는) 속에서 가상 적들을 일찌감치 누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라예보의 총성은 좋은 빌미가 됐다. 1914년 6월28일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암살된 뒤 전쟁은 기다렸다는 듯 방아쇠를 당겼다. 책은 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유럽 열강들의 당대 역학 관계를 들여다본다. 부국강병이라는 권력층의 구호에 현혹돼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던 열강 국민(특히 독일인)의 모습을 묘사한다. 전쟁의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을 해야 잘 살게 된다는 헛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책은 뉘첼의 외조부 뮐러를 비롯해 전쟁의 광풍에 희생된 무명의 개인들을 역사에 대입한다. 전쟁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바꾸는지 잘 보여준다. ‘~어’와 ‘~야’로 끝나는 문장으로 번역해 친밀감을 준다. 친구나 자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제1차 세계대전을 입체적으로 쉽게 이해토록 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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