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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거래’ 원본 공개가 스모킹 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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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거래’ 원본 공개가 스모킹 건 되나

입력
2018.06.02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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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 작성 명확한 해명 없어

관여 의구심 여전히 남아

의정부지법 단독판사들 회의서

“엄정한 수사 필요” 첫 결정 나와

전국법관대표회의 내부 투표

의혹 문건 모두 공개 공식 요구

재판거래 파문 입장 밝히는 양승태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재판거래 파문 입장 밝히는 양승태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한 가운데 사법 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410개의 문서가 검찰 수사 여부를 좌우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일 자택 인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는 물론, 대법원과 하급심 재판 관여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 조사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를 하는가. 그때 가서 보자”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장 허가나 의지 없이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자의적으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양 전 대법원장 개입 의혹은 여전하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정작 문건이 작성된 구체적인 정황이나 자신이 지시했는지 여부에 대해 명확한 해명 없이 유체이탈 식 화법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 발언으로 법원 내부나 국민 여론이 더 악화되면 (대법원장이) 자정 노력 차원에서라도 수사 의지를 밝혀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지법 단독판사들은 이날 판사회의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해 성역 없는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뜻을 같이한다”고 의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특조단) 조사 결과 발표 후 처음 나온 일선 지법 판사회의 결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각종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에 나선 만큼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의 원본 공개 필요성과 법원 안팎의 요구는 더 커지게 됐다. 특히 공개되지 않은 문서 내용은 사법부 파동의 확산과 진화를 가를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조단 단장인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전면 공개가 필요하다면 비식별화(이름을 가리는) 조치를 취해서라도 공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특조단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기획조정실 심의관 등의 컴퓨터를 조사해 확보한 3만5,000여 문건 중 410개를 사법행정 남용 의심 문건으로 분류했고, 이중 180개를 보고서에 발췌 형식으로 공개했다. 하지만 단 한 건도 원본 전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특조단은 “사생활과 공적인 업무상 비밀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공개 불가 입장을 고수했고, 대신 11일 전국대표법관회의 임시회에서 이 문서들을 열람할 수 있게 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문건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자 입장을 선회할 뜻을 내비쳤다.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119명의 판사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내부 투표를 거쳐 단순 열람이 아닌 의혹 문건을 모두 공개해 사본 형태로 제공해 줄 것을 법원행정처에 공식 요구했다.

특조단 보고서에 나온 미공개 문서 목록에는 ‘세월호 사건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한명숙 판결 이후 대응전략’ ‘(박근혜 대통령) 하야 가능성 검토’ ‘문제법관 시그널링 및 감독방안’, ‘대한변협 압박 방안 검토’, ‘BH 민주적 정당성 부여방안’ 등 사법행정권 남용이나 재판개입이 의심되는 파일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상당수 판사들이 원본을 보고 나서 수사가 필요한지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원본에서 또 다른 문제들이 드러날 경우 형사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법원 내부에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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