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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들 여름 극장가 '흥행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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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들 여름 극장가 '흥행 반란'

입력
2017.07.2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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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립’은 온라인에서 먼저 접한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 입어 7년 만에 정식으로 개봉했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플립’은 온라인에서 먼저 접한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 입어 7년 만에 정식으로 개봉했다.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공습이 시작된 여름 극장가에 작은 영화들이 흥행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2일 나란히 개봉한 ‘플립’과 ‘내 사랑’이 예상 밖 선전으로 대작 영화 일색이던 박스오피스에 균열을 냈다. 두 영화 모두 전국 스크린수 200개 안팎에 불과하지만 알뜰살뜰 끌어 모은 관객수가 ‘플립’은 벌써 20만명(20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이르고, ‘내 사랑’은 13만명을 훌쩍 넘겼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이 63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극장가 화제를 독점한 가운데 오로지 입소문만으로 이룬 성과라 더 눈길을 끈다. 여기에 종교영화 ‘예수는 역사다’까지 이례적 흥행을 이어가면서 획일적이기 마련인 여름 극장가를 더 다채롭게 만들고 있다.

‘플립’은 애초 개봉할 계획이 없다가 입소문 덕분에 뒤늦게 빛을 본 영화이기도 하다. 성장영화의 고전 ‘스탠 바이 미’(1986)와 로맨틱 코미디 명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 등을 연출한 로브 라이너 감독이 2010년 만든 영화로, 옆집 사는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첫 사랑과 성장기를 그린다. 한국에는 2011년 초 주문형비디오(VOD)로 먼저 소개돼 알음알음 알려졌다. 오랫동안 영화팬들 사이에 ‘첫 사랑 영화의 바이블’로 불려오다 제작 7년 만에 늦장 개봉하게 됐다. 지난 7년간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영화 페이지에 올라온 네티즌 리뷰만 1,000건이 넘는다. 한 영화 평점 사이트에선 무려 18만명이 이 영화의 평가에 참여했다.

극장 개봉을 했지만 여전히 VOD 다운로드로도 이 영화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20만명이 기꺼이 극장을 찾았다는 사실에 영화사는 크게 고무돼 있다. ‘플립’의 홍보를 담당한 그린나래미디어의 임진희 팀장은 “온라인에서 널리 알려진 영화라 극장 관객 10만~20만을 목표로 했는데 관객들이 기대 이상으로 호응해주고 있다”며 “상영 2주째 주말인 22, 23일에 누적관객 30만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 이후 VOD 다운로드 횟수도 더 늘었다는 전언이다. 2012년 ‘두근두근 첫사랑’으로 출간된 원작 소설은 제목과 표지를 바꿔 ‘플립’으로 최근 다시 나왔다.

‘내 사랑’ 주연배우 이선 호크(왼쪽)과 샐리 호킨스의 빼어난 연기가 주는 감동도 영화의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오드 제공
‘내 사랑’ 주연배우 이선 호크(왼쪽)과 샐리 호킨스의 빼어난 연기가 주는 감동도 영화의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오드 제공

작은 영화들에겐 입소문이 최고의 마케팅이다. ‘내 사랑’도 개봉 3주 전부터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를 열어 입소문을 탄 것이 주효했다.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샐리 호킨스)의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던 삶과, 그의 남편 에버렛 루이스(이선 호크)와의 30년 사랑에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특히 샐리 호킨스는 내년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여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미국 연예매체들이 손꼽을 만큼 빼어난 연기를 선보여 입소문의 위력을 더했다. 수입사인 오드 관계자는 “CGV 기준으로 50대 관객이 전체 20%를 차지하는데 이런 수치는 종교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며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추천하는 영화로 알려지면서 관객층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플립’과 ‘내 사랑’의 흥행을 두고 로맨스 영화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신작 로맨스 영화들이 줄줄이 참패하면서 개봉작 수가 크게 줄었고 그 자리를 ‘노트북’ ‘500일의 썸버’ ‘이터널 선샤인’ 같은 재개봉 로맨스 명작들이 대체했다. 임진희 팀장은 “블록버스터는 오락으로 소비되는 반면 로맨스 영화는 깐깐한 평가와 검증을 거쳐야만 관객에게 선택되는 경향이 있다”며 “재개봉 영화들에 쏠렸던 수요가 ‘플립’과 ‘내 사랑’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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