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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한 예우 받을 특별법 제정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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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한 예우 받을 특별법 제정해 달라

입력
2018.06.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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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21일 오전 대구 남구 낙동강승전기념관에서 제21회 6.25참전순국소년병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손영하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1일 오전 대구 남구 낙동강승전기념관에서 제21회 6.25참전순국소년병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손영하 기자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6·25전쟁 참전 소년병을 기리는 행사가 열린다. 올해도 마찬가지. 6·25참전 소년·소녀병전우회는 21일 대구 남구 낙동강승전기념관에서 21번째 위령제를 지냈다. 이 자리에서 만난 박태승(85) 전우회장은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말을 수 차례 반복했다.

전우회에 따르면 국방부가 군번으로 파악하고 있는 6·25전쟁 참전 소년병은 2만9,604명. 확인된 전사자가 2,573명. 그러나 당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얼마나 많은 소년병이 죽고, 생존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그간 나라가 체계적으로 조사한 적도 없다. 전우회는 현재까지 살아 있는 이들이 적게는 1,000명에서 많게는 2,000명 정도로 추정한다. 대부분이 15~17세 정도 나이에 강제 징집됐으니 올해로 백발이 무성한 83~85세가 됐을 테고, 매년 생존자 수는 줄어들고 있다는 게 전우회 측 얘기다.

전우회는 “나라에 목숨을 바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달라”고 한다. 이 같은 요구에는 그 동안 ‘잊혀진 애국자’로서 지내왔다는 불만과 서운함의 응어리가 담겨 있다. 박 전우회장은 “그 어디에도 우리를 위한 추모시설 하나 없다. 위령제 하나를 열려고 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 여기 낙동강승전기념관 강당 하나를 겨우 빌려 전우의 영혼을 기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2010년이 돼서야 ‘6·25전쟁 당시 징집돼 전쟁을 치른 소년·소녀들이 있었다’며 소년병 실체를 인정했다. 당연히 전우회 자체도 아직 6·25참전유공자회 같은 유공단체로 공식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소년병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담은 법 제정을 촉구한다. 비근한 예로 현재 소년병 출신 생존자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지원은 매달 30만원 정도가 전부. 이는 전쟁에 나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받게 되는 참전명예수당이다. “소년병이기 때문이 아니라 전쟁에 나갔던 군인이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이들의 하소연. 난데 없이 징집됐던 어린 소년병과 당시 복무 의무 중인 20대 군인이 같은 액수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불만은 학도병과 차이를 두지 않는 점에서도 커진다. 참전을 자원했던 학도병은 일단 정규군 소속이 아니었다. 학도의용군과 유엔군에 예속돼 전쟁을 치렀고, 1951년 2월 28일 해산된 뒤 그 해 3월 16일 종군학생 복교조치에 따라 학교로 돌아갔다. 반면 소년병들은 정규군 소속이라, 복교조치 때 학교로 돌아가는 게 불가능했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1~2년 가량 추가 복무를 한 뒤에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어린 나이에 참전했다는 건 같겠지만 기간 등을 생각해보면 분명 차이가 있다. 그런데 똑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전우회 측은 예우에 대한 기준으로 ‘재일학도의용군’을 제시한다. 재일학도의용군은 6ㆍ25전쟁에 참여한 일본 거주민과 유학생으로, 병역의무가 없었다는 점에서 소년병과 같다. 정부는 68년 한국에 눌러앉은 재일학도의용군에게 정착수당 명목으로 1인당 50만원을 지급했으며, 일본에 돌아간 재일학도의용군 69명에게 매월 100만~122만원을 차등지급하고 있다.

생존 소년병의 마음을 무엇보다 아프게 하는 건, 무관심이다. 이들이 바라는 법 제정은 지난 16대 국회에서부터 수 차례 추진이 됐지만 국회에서 항상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금 20대 국회에서도 소년소녀병과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6ㆍ25참전 소년소녀병 보상에 관한 법률안’을 다시 상정했지만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다. 박 전우회장은 “정부로서는 청소년을 징집해서 전쟁터로 내보낸 사실이 국제적으로 인권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예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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