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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도 못 뚫은 ‘사드 정국’… 한류 위기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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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도 못 뚫은 ‘사드 정국’… 한류 위기 현실화

입력
2016.09.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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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당, 빛의 일기' 포스터. SBS 제공
'사임당, 빛의 일기' 포스터. SBS 제공

천하의 ‘대장금’도 ‘사드 정국’을 뚫지 못했다. 원조 한류스타 이영애(45)의 복귀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사임당) 방영이 내년 1월로 미뤄졌다. 한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장금’으로 한류의 상징적 존재가 된 이영애의 복귀작이 사드 후폭풍에 휘말린 꼴이라 드라마업계는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SBS는 10월 방송 예정이었던 ‘사임당’의 편성이 내년 1월로 변경됐다고 27일 밝혔다. ‘사임당’은 한중 합작으로 기획돼 지난 5월 1년여간의 제작을 마무리하고 한국 SBS와 중국 후난위성TV에서 10월 동시 방영을 준비해 왔다. 일본, 홍콩, 태국에서도 동시 방영될 예정이었다. 한국드라마가 온라인이 아닌 TV로 한중 동시 방영되기는 처음이어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심의가 지연되면서 사실상 10월 동시 방영이 어려워졌고, 이에 SBS는 편성 시기를 놓고 최근까지 고심을 거듭해왔다. 한국에서 먼저 방송하는 안까지 검토했다. 결국 주말드라마 ‘끝에서 두번째 사랑’ 후속으로 방영될 예정이었던 ‘사임당’은 ‘질투의 화신’과 차기작 ‘푸른 바다의 전설’에 이어 내년 1월 수목드라마로 전파를 탄다. SBS 관계자는 “중국 심의 결과를 기다려 다시 한번 한중 동시 방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사임당’은 수개월 전부터 중국의 사전 심의 최종 절차를 밟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심의를 통과하기까지 넉넉잡아 6개월 정도 소요될 것이라 예상했으나 중간에 사드 변수가 끼어들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한중 TV 동시 방영이 처음이라 이와 관련한 선례가 없어 더더욱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 1월까지 심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BS 관계자는 “내년 1월 편성은 확정”이라고 못 박으며 “국내 방영이 더 미뤄져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중 동시 방영이 어려워지는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이미 시청자들 사이에 중국 눈치보기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황에서 한국 시청자들까지 놓칠 수 없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배우 송승헌, 이영애는 지난해 11월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사임당'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영애는 '사임당'으로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0년만에 연기를 재개했다. 한국스포츠경제 제공
배우 송승헌, 이영애는 지난해 11월 강원 강릉시에서 열린 '사임당'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영애는 '사임당'으로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 이후 10년만에 연기를 재개했다. 한국스포츠경제 제공

‘사임당’에 사드 불똥이 튀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도 업계 관계자들은 사드의 ‘사’ 자도 꺼내지 못하고 쉬쉬하는 분위기다. 여러 당사자들의 이해 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사임당’은 조선시대 신사임당의 예술혼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로, ‘꽃보다 남자’ ‘궁’ ‘장난스런 키스’ 등을 만든 그룹에이트가 제작하고 홍콩 미디어그룹 엠퍼러그룹이 공동제작사로 참여해 100억원을 투자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한중 합작 프로젝트가 중국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떠안게 된다”며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해 중국 쪽 파트너들도 심의 문제에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중 합작을 진행 중인 다른 드라마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KBS는 12월에 ‘화랑: 더 비기닝’ 방영을 앞두고 있어 특히 더 예민한 상태다. 신라시대 화랑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이달 초 촬영을 끝내고 최근 포스터 촬영까지 마쳤다. ‘화랑’ 제작사 관계자는 “12월 한중 동시방영 목표로 제작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일선 제작자들은 ‘사임당’이 끝내 한중 동시 방영을 못하게 되면 앞으로 한중 합작 프로젝트를 통한 한류 확산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하고 있다. 한 제작 관계자는 “‘사임당’이 ‘대장금’의 이영애를 내세우고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다른 드라마들의 사정은 더 어렵지 않겠냐”며 “사드 정국이 풀리지 않는다는 전제를 하고 또 다른 형태의 한류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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