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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품에 안긴 ‘수원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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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품에 안긴 ‘수원 킬러’

입력
2018.01.04 18: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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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서울 데얀 라이벌 팀 이적

지도자 제안에 현역 연장 고집

1년 계약에 연봉 대폭 깎일 듯

8년간 붉은 전사 푸른 유니폼 입자

금기 깬 3번째 직행에 서울팬 충격

수원 삼성이 4일 데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데얀이 최고 라이벌 수원으로 옮긴 건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소식이었다. 수원 삼성 제공
수원 삼성이 4일 데얀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서울의 전설적인 공격수였던 데얀이 최고 라이벌 수원으로 옮긴 건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소식이었다. 수원 삼성 제공

언제나 ‘붉은 전사’일 것만 같았던 공격수 데얀(37)이 ‘푸른 유니폼’을 입는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수원 삼성이 지난 시즌까지 FC서울에서 뛰었던 데얀을 영입했다고 4일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1년이다. 올 겨울 이적 시장에서 가장 놀라운 소식이다.

수원과 서울은 스페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처럼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는 사이다. 구단 상징색도 서울은 붉은색, 수원은 푸른색으로 정반대다. 중간에 다른 팀을 거치지 않고 서로 선수를 주고받은 일도 데얀 전까지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두 팀이 본격적으로 앙숙이 된 건 현재 수원 지휘봉을 잡고 있는 서정원(49) 감독 때부터다. 서 감독은 안양LG(서울의 전신)에서 뛰다가 프랑스 프로축구에 진출한 뒤 1999년 국내로 복귀할 때 친정 팀 서울이 아닌 수원에 안착해 큰 논란을 일으켰다. 분노한 서울 팬들은 서 감독의 유니폼을 불태우는 ‘화형식’까지 열었다.

데얀이 붉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데얀이 붉은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전망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데얀의 이적이 서울 팬들에게 준 충격 또한 못지않아 보인다. 데얀은 2008년부터 작년까지(2014~15년은 중국 진출로 제외) 서울에서 267경기 154골 38도움을 기록한 ‘전설’이다. 프로축구 한 시즌 최다 득점(12년ㆍ31골), 최초 득점왕 3연패(11~13년) 등 숱한 대기록이 그의 발에서 탄생했다. 데얀은 슈퍼매치(서울과 수원의 라이벌전)에서 7골을 터뜨린 ‘수원 킬러’이기도 했다. 그가 지난 시즌 서울에서 받은 연봉은 13억4,500만 원으로 외국인 선수 전체 2위였다.

서울은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데얀에게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가길 제안했다. 전성기 때와 비교해 그의 기량이 노쇠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데얀은 현역 연장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둘은 결별했다. 하지만 서울은 데얀이 설마 수원으로 갈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데얀이 수원에서 받는 연봉은 서울 시절보다는 훨씬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이적은 FC바르셀로나 주장까지 했던 루이스 피구(45)가 2001년 레알 마드리드로 팀을 옮긴 걸 떠올리게 한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에서 9년이나 뛴 숄 캠벨(43)이 앙숙인 아스날로 이적해 ‘유다’로 불린 일과도 비슷하다. 이후 바르셀로나, 토트넘 팬들은 피구, 캠벨만 보면 이물질을 투척하는 등 이를 갈았다. 앞으로 슈퍼매치 때 데얀을 둘러싼 양 팀 팬들의 응원전이 뜨거울 전망이다.

수원(아래)과 서울의 슈퍼매치 때 양 팀 팬들의 뜨거운 응원전. 연합뉴스
수원(아래)과 서울의 슈퍼매치 때 양 팀 팬들의 뜨거운 응원전. 연합뉴스

이번 이적을 물밑에서 이끌어낸 에이전트의 L씨의 존재도 흥미롭다. 19년 전 서정원 감독이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복귀하며 서울이 아닌 수원을 택할 때 중개했던 인물이 바로 L씨다. 그 일 이후 서울은 L씨와 17년 동안 모든 거래를 끊었다. 그러다가 데얀이 2016년 1월 중국 프로리그에서 서울로 복귀할 때 L씨가 협상을 담당하며 오랜 만에 다시 거래를 텄다. L씨는 2016년 여름 서울 사령탑에 부임한 황선홍(50) 감독의 측근이기도 해서 최근에는 서울의 여러 계약을 담당하는 등 분위기가 모처럼 괜찮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선수도 아닌 데얀이 서정원 감독 품에 안기는 협상을 L씨가 또 다시 진두 지휘하자 서울은 크게 불쾌해하고 있다. 다른 에이전트는 “서울은 결과적으로 L씨에게 한 번도 아닌 두 번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거다. 특정 구단과 저렇게 악연으로 얽힌 에이전트도 드물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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