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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숙이 들어와 녹아 내리다… 따뜻한 통영의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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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숙이 들어와 녹아 내리다… 따뜻한 통영의 겨울바다

입력
2016.12.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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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중앙부까지 깊게 들어와 있는 강구안의 바다. ‘낮에 아름다운 바다’로 꼽힌다.
통영 중앙부까지 깊게 들어와 있는 강구안의 바다. ‘낮에 아름다운 바다’로 꼽힌다.

남쪽의 따뜻한 바다를 품은 경남 통영은 겨울에 더욱 다양한 빛을 발한다. 아기자기한 해안선 위로 비교적 온화한 날씨와 제철을 맞은 해산물이 더해진다. 나이, 성별, 취미에 따라 여행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지만, 겨울 통영에 적셔진 네 가지 색(色)의 매력은 누구에게나 설렘을 줄 수 있다. 그 4색 매력의 첫 번째는 찬란한 겨울바다다.

겨울바다를 보러 광주에서 왔습니다. 수능 끝난 아이들의 갑갑했던 마음을 풀어주고 싶어요.

동피랑 마을에서 만난 한 여행객의 말이다. 모래와 물결에 몸을 부대끼는 역동성이 여름바다의 매력이라면, 겨울의 바다는 끝없이 밀려오는 적막함과 함께 멀찍이 서서 사색에 잠길 기회를 준다. 탁 트인 광경 앞에서 일상에서 묵힌 퍽퍽함이 녹아 내린다.

중앙시장에서도, 동피랑 마을에서도, 서피랑 언덕에서도 통영의 바다를 볼 수 있다. 육지 깊숙이 들어와 있는 강구안의 바다 덕분이다. 하늘도 바다도 다 푸르다. 먼지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일까. 여기에 햇살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그림이다. 밤 바다는 여수, 낮 바다는 통영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나 보다.

통영의 어디에서든 내려다보이는 바다.
통영의 어디에서든 내려다보이는 바다.

최근 산책로로 재조명 받고 있는 이순신공원은 산책하며 겨울 바다를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주요 관광지들이 몰려있는 강구안 근처에서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시내로 깊숙이 들어온 강구안과 달리 넓게 트인 바다를 접할 수 있다.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명장의 이름을 딴 공원답게 이순신 동상과 당시 사용했던 화포 등이 놓여 있다. 그러나 이곳의 매력은 산책로에 있다. 한편엔 바다, 다른 한편엔 잔디와 나무를 둔 산책로가 이어진다. 곳곳에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고 놀이터나 나무베드까지 있어 아이들과 노인들에게도 추천할만하다. 특히 올해 조성한 무(無)장애나눔길은 계단 등의 장애요소가 없어 누구나 편히 걸을 수 있으며, 데크로드(길이 733m) 주변엔 계절별로 다른 매력을 뽐낼 수 있도록 다양한 꽃이 심어져 있다.

이순신장군과 관련된 구조물(동상, 총통)과 함께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이순신공원
이순신장군과 관련된 구조물(동상, 총통)과 함께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이순신공원
공원 산책로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
공원 산책로에서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
놀이터와 중간중간 쉼터들이 있어 가족 단위로 산책하기에도 좋다.
놀이터와 중간중간 쉼터들이 있어 가족 단위로 산책하기에도 좋다.

맑은 날에는 자연이 뿜어내는 색의 조화가 예술이다. 창원에서 온 차혜민(23)씨는 평일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하고, 바다와 잔디가 어울려 만든 색감이 제주도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 햇살을 반사하는 남해바다의 색이 마냥 푸르기보단 살짝 에메랄드 빛까지 도는 것을 보니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해가 떨어질 때가 되면 바다와 하늘 사이에 붉은 층이 끼어든다. 통영의 겨울 바다에 잠기는 해를 보기 위해 시내에서 꽤 떨어진 달아공원 쪽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삼각대에 올려진 DSLR 카메라부터 셀카봉에 끼워진 스마트폰까지 모든 이들이 그 모습을 담느라 정신 없다.

일몰 명소로 달아공원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바다에 떨어지는 해를 보기 위해 굳이 좁은 그곳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 공원 근처의 해안선이 모두 명당이다. 서피랑 근처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통영 시민 이승희(47)씨는 특히 ES리조트를 추천했다. 달아공원에서는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과거에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숙박시설 이용자가 아니라도 리조트 부지 안에 들어가 일몰광경을 볼 수 있다. 리조트에 심어진 나무와 함께 통영의 바다와 지는 해가 함께 보여 장관을 이룬다. 아직 많은 관광객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명당이다.

달아공원 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낙조를 담는 사진작가들
달아공원 가는 길에 차를 세우고 낙조를 담는 사진작가들
ES리조트로 올라가는 길에서 보는 일몰
ES리조트로 올라가는 길에서 보는 일몰
리조트에서 바라본 일몰. 바다와 섬, 나무, 그리고 떨어지는 해가 한 시야에 담긴다.
리조트에서 바라본 일몰. 바다와 섬, 나무, 그리고 떨어지는 해가 한 시야에 담긴다.

더욱 높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고 싶다면 한려수도케이블카를 이용하자. 국내 최장 길이(1,975m)를 자랑하는 이 케이블카는 해발 48m의 하부역사에서 시작되어 해발 385m의 상부역사에서 끝나지만 이어지는 산책로를 타고 미륵산 정상(해발 461m)까지 닿을 수 있다. 도보 약 15분 거리이다. 산책로는 계단으로 조성돼 있어 등산이 어렵지 않다.

어떤 관광객들에게는 케이블카가 통영 관광의 전부로 생각되기도 할 만큼 백미다. 통영항과 한려수도 국립공원의 섬들을 내려다보는 것은 물론이며, 맑은 날에는 미륵산 전망대에서 일본의 대마도나 여수의 돌산도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한다. 최대 8명까지 함께 탈 수 있기 때문에 연인 또는 가족 전부가 함께 케이블카 안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12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9시 30분부터 운행을 개시하며 왕복가격은 대인 1만원, 소인(~초등학생) 6,000원이다. 기상에 따라 운행이 불가할 수 있으니 미리 홈페이지(http://cablecar.ttdc.kr/Kor)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민준호 인턴기자(서울대 사회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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