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베트남 최대명절 ‘뗏’ 눈앞서 야반도주 한국기업 속출

알림

베트남 최대명절 ‘뗏’ 눈앞서 야반도주 한국기업 속출

입력
2018.02.11 17:45
15면
0 0

휴가ㆍ두달치 월급 주는게 관례

섬유ㆍ봉제분야 경영 어려워지며

청산절차 안 거치고 자취 감춰

“고향 갈 차비라도… 문제 커질 것”

여론 급속히 악화 ‘혐한’ 번질라

베트남 호찌민시 외곽에 자리잡은 한 한국 봉제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호찌민=정민승특파원
베트남 호찌민시 외곽에 자리잡은 한 한국 봉제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호찌민=정민승특파원

저렴한 인건비 때문에 베트남에 진출했다가, 문닫고 도망치는 한국 기업들이 올 들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까지는 근로자들과 사전합의 후 청산절차를 밟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그야말로 ‘야반도주’가 성행하고 있다. 베트남 언론들도 최대 명절 ‘뗏’(Tetㆍ설)을 앞두고 일어난 일을 크게 조명하고 나서 자칫 반한 감정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다. ‘뗏’에 맞춰 근로자에게 2개월치 급여와 2주일 휴가를 동시에 보장하는 베트남에서 이 시기에 기업주가 도망치는 건 극도의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다.

11일 베트남 진출 한국인상공인연합회(코참)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호찌민시 인근 공단의 한국 봉제업체 B사의 P대표와 한국인 직원들이 사라졌다. 600여명 베트남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B사는 관련 업계 경쟁 심화로 경영난을 겪어 왔으며, 직원들 급여와 뗏 보너스 지급도 주지 않은 상태다. 코참 관계자는 “원청, 발주사의 단가 인하 압력으로 경영난을 겪어왔다”며 “공장 매각을 시도했지만 불발하면서 결국 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인 대표가 지난 8일 잠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K사 근로자들이 회사 입구에 몰려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탄닌 캡쳐.
한국인 대표가 지난 8일 잠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K사 근로자들이 회사 입구에 몰려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탄닌 캡쳐.

이보다 하루 전인 8일에는 1,900여명 현지 근로자가 일하는 K사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들이 체납한 근로자 월급과 사회보험료 등은 15억원에 달한다. 현지 일간지 탄닌에 따르면 뗏을 앞두고 벌어진 사태 수습을 위해 해당 지방정부가 예산을 털어 근로자들에게 절반치 월급을 지급했다.

또 지난달에는 호찌민시 인근 한국 섬유업체 N사 대표가 월급을 주지 않고 잠적하는 등 올 들어 유사한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N사의 경우도 직원 급여와 사회보험료 등 체납금액이 135만달러(약 14억원)에 달했는데, 근로자 600여명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소식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확산하면서 베트남 여론도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탄닌 독자 응안씨는 “정부는 한국 대사관에 사태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직원들이 고향에 갈 수 있는 차비라도 지급을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문제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수 코참 회장은 “지난해에도 경영난으로 철수한 기업이 7개에 달했지만, 모두 사전에 원만한 합의를 거쳐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임금 폭등과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에 따른 베트남의 전략적 우위 상실이 겹치면서 섬유ㆍ봉제분야 한국 기업의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며 “유사한 사태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참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봉제업체를 700~800개로 추정했다.

한국인 대표의 '야반도주' 소식을 주요 소식으로 전하고 있는 탄닌 홈페이지 모습.
한국인 대표의 '야반도주' 소식을 주요 소식으로 전하고 있는 탄닌 홈페이지 모습.

실제로 베트남의 경우 최저 임금이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베트남 국가임금위원회는 올해 최저임금을 276만~389만동(약 13만2,300~19만1,500원)으로 평균 6.5% 인상했으며 지난해에는 7.3%나 올랐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도 “일본 정부는 외국 진출 기업이 현지 여건변화로 제3국으로 터전을 옮기는 걸 지원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한국 정부도 유사한 정책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