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법인계좌 개설 대권 채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친서민을 키워드로 하는 대통합 행보로 귀국 이튿날 공식 일정을 채웠다. 정치 신인에게는 신고식과도 같은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부터 전직 대통령뿐 아니라 학도의용군ㆍ무명용사 묘역도 들렀다. 주민센터를 찾아 직접 귀국신고를 했고, 첫 점심은 자택 인근 김치찌개 집에서 2030세대와 함께 했다. 아울러 은행을 들러 마포 캠프 사무실에서 쓸 법인 계좌를 직접 개설하는 것으로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전 8시 45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을 출발해 현충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현충원 참배는 ‘정치적 대통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 전 총장은 현충탑 분향 뒤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더 큰 도약을 위해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한민국의 무궁한 발전을 굽어 살피소서”라는 글을 남겼다. 반 전 총장은 이어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참배했다. 전직 대통령 묘역을 모두 돌았고, 참배 순서는 안장 순으로 택하는 등 통합 행보에 신경을 썼다. 반 전 총장은 이례적으로 애국지사, 6ㆍ25와 월남전 참전 용사, 학도의용군, 무명용사 묘역도 참배했다.
뒤이은 일정은 ‘사회적 대타협’ 행보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자택이 위치한 사당3동 주민센터를 찾아 주민등록증에 도로명 주소를 부착하는 것으로 ‘귀국신고’를 했다. 반 전 총장을 알아본 학생들의 사인 요청에도 응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미래의 주인공이고 큰 희망을 가져라”며 “전날 공항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젊은이의 길잡이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정부 지도자들이 심각한 의식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ㆍ교육ㆍ고용 등 경제ㆍ사회 이슈와 관련한 생각도 상당 부분 드러냈다. 반 전 총장은 청년 구직자ㆍ창업자, 워킹맘 등과 점심을 함께 하며 “복지가 발전된 유럽에서는 상당한 정부 예산을 복지에 써 세금도 부담이 크다”며 “우리나라도 이런 부분에서 형평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육아센터 운영방식을 살펴본 사실을 언급하며 “육아센터가 1분 늦을 때마다 돈을 물리기 때문에 남자직원이든 여자직원이든 젊은 사람들이 (퇴근 시간이) 땡 하면 나가더라”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사실 저의 딸도 직장을 다니다가 결혼을 했는데, 가만히 보니 직장에 가서 받는 봉급보다 아이를 위해 쓰는 돈이 조금 더 많더라”며 “결국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냥 가정주부로 남았다”고 자신의 경험담도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서울 마포구 캠프 사무실 인근의 국민은행을 들러 법인 계좌를 만들었다. 반 전 총장은 “개인적으로 쓰는 계좌는 있고, 사업자 등록을 겸해서 계좌를 연다”며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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