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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노조할 권리와 나라다운 나라

입력
2017.08.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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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의 지지율을 15주째 이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별반 하는 일 없어 보이는 민주당도 지지율이 50%를 넘는 걸 보니 문 대통령의 아우라가 대단하다. 그야말로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의 높은 지지가 개혁과 연결될 수만 있다면 이보다 신나고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문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은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노조 결성을 가로막는 사용자 쪽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로 단속ㆍ처벌할 것”이라고 했다. 눈물 나게 반가운 일이다.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도 노조 조직률을 높이겠다고 공언한 적은 없었다. 질문이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답변은 심중에 있던 생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하는 원인은 근본적으로 노동자가 단체를 만들 권리, 즉 결사의 자유가 형식화하고 억압된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전체 소득에서 일하는 사람인 노동자가 받는 몫(노동소득분배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결사의 자유와 연관되어있다. 노조 조직률이 10.2%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불의하고 부패한 정권이 등장하고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불평등의 심화가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어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은 노동자에게만 좋은 일이 아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장의 최대 수혜자는 자본이다. 그렇다고 자본만이 수혜자는 아니다. 자영업자와 전문직 종사자들 또한 그 성장의 결과를 나누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일은 단 하루도 지체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이다.

문 대통령이 진심으로 노동이 존중 받는 사회를 원한다면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국제노동기구의 핵심 협약을 비준하는 일은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하에서 방하남 전 장관에 의해 노조 자격을 박탈 당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대 정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즉각 합법화해야 한다. 또한 노조 활동에 대해 국가가 청구한 손해배상도 즉각 취하해야 한다. OECD 가입국 중 한국처럼 국가가 노조 활동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이러한 조치는 문 대통령의 본심을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더 나아가 국가가 노동자의 조직화를 위해 무엇을 할지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광주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와 광주교육청이 단체협약을 체결한 사례는 노동조합,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조합을 결성하고 활동하는 데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보여준다.

반공 운운하며 우려할 사람들이 일부 있겠지만 크게 염려할 필요 없다. 결국 그들도 지금보다 평등한 대한민국의 수혜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노동조합에 대한 시민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처럼 중등교육과정에서 미래의 노동자인 학생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에서부터 파업할 권리에 이르기까지 일하는 사람의 기본권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극단적이지만 설령 문재인 정부가 다른 모든 개혁에 실패해도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이다. 조직된 시민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사회에서 불의한 정권이 다시 들어설 가능성은 없고, 민주주의와 복지가 후퇴한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라. 그것이 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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