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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지도자의 말

입력
2017.11.07 15:1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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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다가 자신들의 문제가 걸리니 슬금슬금 기어 나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빌미로 살아나 보려고 몸부림 치는 ‘진박’들을 보니 참으로 비겁하고 측은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며칠 전 친박계의 탈당을 촉구하며 SNS에 띄운 글이다. 그는 대선 패배 직후인 5월에도 친박계를 바퀴벌레로 비유하며 “가증스럽다”고 공격했다. 품위 없는 말이다. 보수는 예로부터 예의와 품격을 소중한 가치로 여겼다. 최소한의 예의와 품격마저 잃은 홍 대표의 막말 행진이 보수정당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 “재벌 혼내느라 늦었다.” 최근 확대 경제장관회의에 지각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꺼낸 말이다.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는 공개석상이자 기업 대표들도 있던 자리다. 김동연 부총리가 “그런 얘기 막하면 안 된다”라고 주워 담으려 했다니, 참석자들의 민망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자기 분수를 모르는 말이다. 김 위원장은 20년 넘게 시민운동을 하며 ‘재벌 저격수’ ‘재벌 저승사자’로 불렸다. 대기업 정책 수장이 된 만큼 자리를 가려 말하는 조심성이 요구된다. 주제 넘는 말은 사람을 실없어 보이게 한다.

▦ “이전 정권을 때려잡느라 정신이 없다.” “오만과 패권의 본색을 되찾았다.” “촛불정신을 독점하려는 세력 때문에 안보가 불안하고 사회가 갈등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문재인 정부를 향해 쏟아 낸 독설이다. 질투요 험담이다. 오죽하면 당내에서 “자고 깨면 문재인 비판이고, 모든 건 문 대통령 잘못이라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상대를 무시하는 사람의 말은 거칠고 무례하다. 나무랄 때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부드러운 말씨를 써야 효과가 좋다. 거친 언사로 몰아세우면 도리어 반감만 키운다.

▦ ‘개에게 물린 사람은 반나절 치료 받고 집으로 돌아가고, 뱀에게 물린 사람은 3일 치료 받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사람의 말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말이란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는 위험한 무기라는 뜻이다. 말은 씨가 되는 법이다. 부정적인 말은 대개 부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 행동의 결과도 부정적일 때가 많다. 반면 긍정적인 말은 실제 상황을 밝고 희망적으로 만들어준다. 무엇보다 말은 인격이다. 말하는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준다. 그러니 바르고 품위 있는 말을 써야 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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