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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어린이집 뒤엔 부정수급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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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어린이집 뒤엔 부정수급 고질병

입력
2018.08.23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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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화곡동 아동학대 어린이집 등

보조금 부정으로 타낸 의혹 잇따라

학부모 동원해 원아 허위 등록

보조교사 근무시간 부풀리기 등

수법 갈수록 교묘해지고 만성화

“내부 고발,자정시스템 시급”

11개월 영아를 온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어린이집 교사 김모씨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11개월 영아를 온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어린이집 교사 김모씨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에서 잇따라 정부 보조금 부정수급 행태가 적발되면서 학부모들의 공분이 일고 있다. 수십년 째 반복돼 온 부정수급 문제도 제대로 관리ㆍ감독하지 못하는 부실한 체계 탓에 어린이집 운영 해이 현상이 심화하고, 결국 아동학대 문제로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경기 파주시에 따르면 이달 초 원아 학대 사실이 드러난 파주시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학부모를 동원해 보조금을 허위로 타낸 의혹이 제기돼 시측은 최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또 다른 자녀를 어린이집에 허위로 등록해달라고 요청하고 아동 수와 학급 수를 부풀리는 식으로 운영비를 허위 지원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만 0~6세 영유아를 집에서 키우는 부모에게는 매달 약 20만원을 가정에 직접 지급하는 반면, 보육기관에 다니는 아이를 대상으로는 기관에 학급운영비나 특수활동비 등을 보조해준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원장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뒤 우선 학부모들에게 가정양육수당으로 받았어야 할 20만원을 돌려주고 차액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해가 될까 원장 요구를 거절하거나 신고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생후 11개월 영아 학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의 원장도 2013년부터 지난달까지 교사들의 근무 시간을 허위로 꾸며 정부 보조금 1억원을 타낸 혐의를 받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어린이집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 건수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어린이집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 건수 송정근 기자

이는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문제가 만성화하다 보니 2016년 국무조정실 유보통합추진단까지 나서 모호했던 어린이집ㆍ유치원 재무회계 세입ㆍ세출 항목을 정부지원금, 정부보조금, 부모부담금 등으로 세분화하도록 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서류ㆍ장부 상에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을 부풀리거나 남편 등 가족을 운전기사나 보조교사로 등록해 이들이 실제 일을 하지 않고도 보조금을 받아 챙기는 등 수법만 교묘해지는 형국이다. 국가권익위원회 복지ㆍ보조금부정신고센터에 따르면 2014년 37건에 불과했던 어린이집 보조금 부정수급 신고는 올해 7월 현재까지 98건이 접수됐다. 전체 신고의 11.0%에 달한다.

부정수급이 근절되지 않는 1차적 이유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각 자치단체가 4만곳이 넘는 어린이집을 일일이 들여다보기 힘든 구조 때문이다. 파주ㆍ화곡동 어린이집 사례에서 보듯, 이를 보완할만한 내부 고발이나 자정 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아이와 본인에게 해가 될까 쉽사리 문제를 알리기 힘들고, 아동학대 같은 더 심각한 문제로 수사당국이 나선 이후에야 부정수급 문제가 확인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경기 남양주시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일하던 어린이집 원장의 편ㆍ불법 사안을 시청에 민원 형식으로 알렸더니 바로 다음날 원장이 신고내용을 알고 있었고 얼마 뒤 결국 교사직을 그만 뒀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오승환 울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감시 공백은 아동학대 같은 큰 사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육교사에 대한 책임 교육과 함께 내부고발센터 기능 강화 정책 등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효정 영유아보육학회장(중원대 아동보육상담학과 교수)은 “선진국처럼 인근 어린이집 10여개를 그룹으로 묶어 자정노력을 하게 한 뒤 문제가 생기면 공동책임을 묻는 방식도 도입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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