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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슬픔이 돼 버린 그대, 구탱이형 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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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슬픔이 돼 버린 그대, 구탱이형 잘 가요

입력
2017.11.02 14:4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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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혁 발인

차태현·황정민·문근영 등

동료·팬 300여명 눈물로 배웅

배우 김주혁의 발인이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환하게 웃는 그의 영정 사진은 조카가 들었다. 연합뉴스
배우 김주혁의 발인이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환하게 웃는 그의 영정 사진은 조카가 들었다. 연합뉴스

생전 영상 보며… 황정민ㆍ’1박2일’ 팀 등 고인 기려

2일 오전 10시4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배우 이유영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연인이자 선배였던 김주혁의 운구차 앞에 섰다. 발인에서 유족을 대표해 홀로 나선 이유영은 30여초 동안 고개를 숙여 고인의 넋을 기렸다. 슬픔에 찬 그의 눈 주변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유영은 부검 후 고인의 장례가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사흘 내내 빈소를 지켰다. 동료들도 김주혁을 쉽게 떠나 보내지 못했다. 고인의 소속사였던 나무엑터스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배우 문근영과, 김주혁의 유작이 된 드라마 ‘아르곤’에서 연기 호흡을 맞췄던 천우희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며 고인의 마지막을 슬퍼했다.

김주혁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았다. 영결식과 발인에는 김주혁과 친분을 나눈 100여명의 동료가 참석해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배우 황정민 유준상 정진영 이준기 김지수 도지원을 비롯해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코너 ‘1박 2일’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 차태현 김준호 김종민 데프콘과 유호진 PD 등이 그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이들은 발인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에 비공개로 진행된 영결식에서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며 그와의 추억을 되새겼다.

김주혁의 마지막을 함께한 건 동료뿐이 아니다. 장례식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200여 팬이 몰려 고인을 눈물로 떠나보냈다. 고인은 화장 절차를 거쳐 충남 서산에 있는 가족 납골묘에 안치됐다.

배우 이유영이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김주혁의 발인에서 슬픔에 잠긴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배우 이유영이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김주혁의 발인에서 슬픔에 잠긴 채 고개를 숙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 인간미 넘쳤던 배우

‘1박 2일’에서 사자성어 토사구팽을 잘못 발음해 ‘구탱이형’이라 불린 김주혁은 인간미 넘치는 배우였다. 지난 5월 개봉한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 함께 출연한 문성근은 후배를 “속이 깊은” 배우라고 떠올렸다. 2008년 방송된 드라마 ‘떼루아’에서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유선은 “늘 유머와 재치로 (촬영장) 분위기를 밝혀 주던 사람”이라고 선배를 기억했다.

김주혁은 술을 못했지만, 지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격의 없이 소통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청연’에서 김주혁과 작업한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김주혁은 발을 다친 스태프를 위해 ‘좀 더 자’라며 자신의 방까지 내줬다.

항상 주변을 챙긴 만큼, 수많은 동료가 그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빈소에는 최불암 안성기를 비롯해 전도연 송중기 유아인 지성 송윤아 차승원 김상호 등의 연예인을 비롯해 그의 팬들이 찾아와 고인의 넋을 기렸다.

1998년 SBS 공채 8기 탤런트 출신인 김주혁은 2000년대 드라마와 영화에서 로맨틱하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로 사랑받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영화 ‘싱글즈’(2003)와 ‘홍반장’(2004), ‘아내가 결혼했다’(2008)를 비롯해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김주혁은 아버지인 배우 김무생의 뒤를 이어 드라마 ‘구암 허준’(2012)에서 허준 역을 맡아 주목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장르와 캐릭터의 폭을 넓힌 행보로 전성기 시절 못지않게 바쁘게 활동했다. ‘비밀은 없다’(2016)와 ‘공조’(2017) 등에서 비열한 악역을 연기해 다정다감한 이미지를 지우고 배우로서 새 옷을 입었다.

그는 ‘공조’로 지난달 27일 열린 제1회 더서울어워즈에서 영화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데뷔 20여년 만에 영화로 시상식에서 처음 받은 트로피였다. “이 상은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주신 것 같다”며 연기에 대한 의욕을 다시 불태운 김주혁은 사흘 뒤인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졌다. 김주혁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인을 ‘두부(머리) 손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심장 이상과 약물에 의한 사망 여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조직검사를 거쳐 정확한 사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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