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르포] 김정남 암살 ‘키맨’ 리정철, 정찰총국 은신처 거주

알림

[르포] 김정남 암살 ‘키맨’ 리정철, 정찰총국 은신처 거주

입력
2017.02.19 16:30
0 0

부인ㆍ딸과 함께 살아… 주민들 “한국말 쓰는 조용한 사람”

리정철이 거주하던 곳으로 알려진 쿠차이 지역의 아파트.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리정철이 거주하던 곳으로 알려진 쿠차이 지역의 아파트.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의 ‘키맨(핵심 인물)’으로 판단되는 리정철(47)은 17일(현지시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 있는 자신의 거처에 숨어 있다가 체포됐다. 이웃 주민들은 리정철이 가족까지 데리고 평범한 외국인 노동자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말레이 경찰에 따르면 리정철은 17일 오후 9시 50분 쿠알라룸푸르 시내 남쪽 외곽 쿠차이(Kuchai)지역에 있는 아파트 ‘다이너스티 가든’에서 체포됐다. 이날은 이슬람교에서는 기독교의 주일에 해당하는 날로, 많은 사람들이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때였기에 많은 이웃 주민이 체포 상황을 목격할 수 있었다.

18일 리정철과 같은 층에 산다고 밝힌 40대 이웃은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한밤에 난데 없이 들이닥쳤다”며 “문을 닫고 들어가라고 해 체포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신 그는 “경찰이 30분 정도 머물렀다”며 “그 사이 경찰이 문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집 안에서 여성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는 증언도 있지만, 이 이웃은 “큰 비명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가족이 체포에 격렬히 저항해 부인이 병원에 실려갔다는 엇갈린 증언도 나왔다. 체포현장에 강철 북한대사의 모습까지 목격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리정철이 가족과 함께 거주하던 아파트는 지난 2011년부터 북한 정찰총국 요원들의 은닉처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곳. 40대 남자 이웃은 리정철에 대해 “한국말을 써서 한국인인 줄은 알았지만, 남한인지 북한인지 구분은 할 수 없었다”며 “10대 딸, 40대 부인과 점심 때 밖으로 나가는 것을 몇 번 봤는데 조용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최근 1주일 동안은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리정철의 거주지가 위치한 쿠차이는 인도계ㆍ중국계 말레이인은 물론 조선족 등 외국인밀집 구역이다. 도심에서 남쪽으로 약 10㎞ 떨어져있는 부도심이지만 길이 막히지 않으면 중심가로 15분 안에 접근할 수 있다. 주로 서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리정철이 거주한 아파트만큼은 달랐다. 1ㆍ2층이 주차장으로 돼 있었고 그 위에는 수영장도 있다. 경비원 다수가 경비를 서고 있었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려면 별도의 출입카드가 있어야 해 외부인은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민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한 채가 약 1,000평방피트(약 26평) 크기로, 임차료는 월 1,500~2,000링깃(약 40~50만원) 정도 되는 임대형 아파트였다. 이 때문에 리정철이 북한의 일반적인 해외노동자에 비해서는 부유한 생활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정철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집(점선 안). 낮에도 이 집은 다른 세대와 달리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왼쪽 사진). 밤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리정철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집(점선 안). 낮에도 이 집은 다른 세대와 달리 창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왼쪽 사진). 밤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리정철의 일가족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리정철이 체포된 후에도 한동안 그의 거주지에 남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웃 주민에 따르면 리정철이 거주한 것으로 보이는 집은 이날 창문이 굳게 닫힌 채였다. 오후 4시 전후로 어떤 여성이 창 밖을 잠시 내다보더니 커튼을 치고 사라졌으며, 밤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