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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한반도 문제, 군사적 해결법은 과거에도 현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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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 “한반도 문제, 군사적 해결법은 과거에도 현재도 없다”

입력
2018.02.02 17:1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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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한국전쟁 잘 몰라

北이 핵ㆍ로켓 등 도발 할때만

가끔 한반도에 관심 가질 뿐

2일 오후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가 ‘제국의 기억상실증’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2일 오후 부산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역사학과 교수가 ‘제국의 기억상실증’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으로 해결되는 대책은 이전에도, 지금도 결코 없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이자 한국 현대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브루스 커밍스(74) 시카고대 역사학과 석좌교수 특강이 2일 동아대 부민캠퍼스에서 열렸다.

‘제국의 기억상실증: 1945년 이후 한국에서의 미국인들의 역사는 왜 미국에서 무시되고, 망각되고, 결코 알려지지 않았으며, 감춰져 있는가’란 주제로 열린 특강에 동아대 교직원과 학생 등 300여 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석정 동아대 총장과의 인연으로 개최한 행사는 커밍스 교수의 강연, 국내 석학들의 대담이 2시간 가량 이어졌다.

커밍스 교수는 특강에서 “전쟁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빠져 나오기는 끔찍할 만큼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한국전쟁이지만 많은 미국인이 한국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며 “1945년 8월 미국이 38선을 그은 이후 73년 동안 미군이 아직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것을 비춰 봤을 때 한국전쟁은 미국의 엄청난 전략적 실패”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조 매카시 활동, 트루먼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의 논쟁 등으로 당시 한국전쟁에 대한 미국의 판단은 ‘당파적 정쟁’으로 바뀌어 버렸고, 한국전쟁은 베트남전 같은 ‘TV전쟁’이 아니어서 미국인에게는 보이지도 않았다”며 “그러나 알려지지 않은 역사라고 해서 우리가 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지난 역사를 망각하고 결코 알려고 하지 않는 미국은 북한이 핵폭탄을 터트리거나 로켓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등 어쩔 수 없을 때에만 한반도와 북한에 대해 가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전쟁이 내일 아침에라도 또 발발할 수 있으나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응으로 해결되는 사안은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강에 이어 펼쳐진 대담에는 김성국 부산대 교수 사회로 박형준 동아대 교수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참여했다. 김동춘 교수는 “오늘날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은 ‘망각’이라기보다는 의도된 무관심이나 방치, 무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도덕성 문제라기보다는 제국이 식민지에 가지는 일반적 속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측면에서 ‘제국의 기억상실’보다 피해자인 한국의 기억상실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박형준 교수는 “묻힌 것을 드러내고 북한을 내재적으로 이해하는 논점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커밍스 교수의 시각을 높이 산다”며 “미국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미국인들이 북한에 대체로 무관심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 한반도 외교정책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학자로, 지난해 ‘제2회 제주 4ㆍ3 평화상’과 2007년 ‘제1회 김대중 학술상’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전쟁을 이해하는 중요한 지침서가 되고 있는 ‘한국전쟁의 기원’과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미국패권의 역사’, ‘김정일 코드’ 등이 있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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