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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심사평 | 대상의 수많은 속성 중 하나 절묘하게 훔쳐내

입력
2017.01.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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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왼쪽), 송찬호 시인이 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투고작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주성 기자
이안(왼쪽), 송찬호 시인이 2017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투고작들을 살펴보고 있다. 김주성 기자

예년에 비해 응모작 수준이 높았다. 소재도 다양했고,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새로움이 느껴졌다. 아쉬움이 없지는 않았다. 여전히 우리 동시의 발전 수준을 따라잡지 못하고 구태를 반복 재생하는 작품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한 단계 더 높아진 수준을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본심에 오른 다섯 편은 어떤 것을 당선작으로 뽑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것이었다. 양그림씨의 ‘영웅 설문지’ 외 2편은 독특한 말법을 보여주었다. 다만 동시의 주 독자가 어린이인 점을 좀 더 고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자신만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말의 보폭을 어린이의 걸음걸이에 조금 더 가깝게 조정할 수 있다면 남다른 동시를 쓸 수 있는 분으로 보였다.

채수연씨의 3편 가운데선 ‘너는 아니?’가 매력적이었다. 수박껍질의 무늬가 새롭게 발견되는 작품이어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오래 머물게 했다. ‘텔레비전 보는 강아지’는 강아지 이름이 독특했으나 그것을 충분히 녹여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너는 아니?’보다는 ‘수박’이, ‘텔레비전 보는 강아지’보다는 ‘여섯 시 내 고향’이 제목으로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지연씨의 3편 가운데선 ‘함박눈 오는 날’과 ‘냉이꽃’이 인상적이었다. ‘함박눈 오는 날’은 함박눈 오는 날의 풍경을 환상적으로 열어간 작품이었으나 ‘자벌레’와 ‘발가락’을 끌어들이는 부분에서 시상이 그만 어그러지고 말았다. ‘냉이꽃’은 조금 무거웠으나 인상적인 지점을 갖고 있었다.

유승희씨의 작품에서는 ‘바느질’이 특히 좋았다. 범상할 수 있는 풍경의 세부를 디테일로 잡아내어 대상에 시간과 서사를 입히는 솜씨가 남다른, 독특하게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함께 보낸 세 편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여 아쉬웠다.

최종적으로 박경임 씨의 ‘서산마애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서산마애불’은 대상이 지닌 수많은 속성 중 하나를 절묘하게 훔쳐낸 작품이다. 짧은 듯하지만 짧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시와 다른, 동시의 적정 규모에도 적합하다고 보았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낸다. 오랫동안, 새로운 시인과 작품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본심에 오른 분들 모두 동시의 길에서 다시, 새롭게 만날 수 있기를. 송찬호, 이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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