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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화산 최고 위험 단계… 10만명 대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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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화산 최고 위험 단계… 10만명 대피령

입력
2017.11.27 13: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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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폐쇄로 6만여명 발 묶여

주민 대피 반경 10㎞까지 확대

화산재 이동 방향 롬복섬에

한국인 20여명 체류 확인

26일(현지시간) 인근 상공의 항공운항 경보 단계가 최고 단계인 '적색'으로 상향된,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 아궁 화산이 태양을 배경으로 화산재를 뿜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인근 상공의 항공운항 경보 단계가 최고 단계인 '적색'으로 상향된,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 아궁 화산이 태양을 배경으로 화산재를 뿜어내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아궁 화산 분출이 본격화하면서 현지 재난당국이 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위험’으로 격상했다. 주민들에 대해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고 공항은 폐쇄되면서 6만명의 발이 묶였다. 하지만 화산 활동이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는 점에서 혼란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주력산업인 관광업도 타격 받고 있다.

27일 일간 콤파스 등 발리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이날 오전 아궁 화산의 경보단계를 전체 4단계 중 가장 높은 ‘위험’으로 발령했다. 분화구 반경 6∼7.5㎞였던 대피구역을 10㎞로 확대하고, 해당 지역 내 10만여 주민에게 대피를 지시했다.

당국의 이 같은 조치는 아궁 화산이 25, 26일 주말 동안 네 차례나 분출하는 등 본격적인 분화 단계에 접어든 데 따른 것이다. 분화구 주변 관측 결과 붉은 불빛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만큼 당국은 ‘대규모 분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규모 분화는 용암 분출을 포함한다.

인도네시아 화산지질재난예방센터(PVMBG)에 따르면 아궁 화산은 해발 7,900m 높이까지 화산재를 뿜었다. 분출된 화산재는 바람을 따라 동남쪽으로 서서히 이동 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BNPB 관계자는 “(화산재 이동 반대 방향의)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운영도 24시간 동안 중단하고 28일 이후 운영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산재 이동 방향의 롬복섬의 공항은 전날 오후 잠정 폐쇄됐다가 이날 오전 운영을 재개하는 등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 운영사인 '앙까사 뿌라 I'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최소 445편의 이착륙 항공편이 취소됐다. 아이르 아사눌로힘 대변인은 “이로 인해 이날 현재 발이 묶인 승객 수는 5만9,000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롬복섬에 이날 기준 우리 국민 20여명이 체류 중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인천공항 출발 발리행 KE629편 여객기 운항을 취소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 북동쪽 아궁 산에서의 화산재 및 연기 분출로 발리국제공항(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되고 인도네시아 당국이 28일 이후 운영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7일 오전 발리행 항공기가 결항된 인천공항 출국장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 탑승수속카운터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발리섬 북동쪽 아궁 산에서의 화산재 및 연기 분출로 발리국제공항(응우라라이 국제공항)이 일시 폐쇄되고 인도네시아 당국이 28일 이후 운영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7일 오전 발리행 항공기가 결항된 인천공항 출국장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 탑승수속카운터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혼란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PVMBG 소속 화산 전문가인 그데 수안띠까는 “용암 분출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분화 시기를 예측할 수 없다”라며 “더 큰 분출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버진, 콴타스, 에어아시아, 가루다항공 등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발리와 롬복섬으로 오가는 항공기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통상 장거리 운항 항공기는 10㎞ 이상 고도에서 운항을 하지만 이착륙시 대기 중 화산재를 만날 경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화산재 속 유리 성분이 제트엔진 내부로 유입돼 녹을 경우 엔진 작동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재가 아궁 화산으로부터 동쪽으로 긴 띠를 형성함에 따라 시드니, 멜버른 등 호주 도시와 연결하는 노선 피해가 크다. 그데 수안띠까는 또 “1963년 아궁 화산이 마지막으로 분화했을 당시에도 약한 분화가 일어난 지 한 달 뒤 대규모 분화가 잇따랐다”며 혼란의 장기화 가능성을 점쳤다.

서핑 등 레포츠와 아름다운 해변, 사찰 등으로 유명한 발리 섬은 지난해 490만4,000명이 찾아 전년 대비 23%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최대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지난 9월 분화 조짐이 보이면서 침체를 겪었으며, 최대 성수기인 연말연시를 앞두고 화산이 분출, 관광객 발길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당국과 업계는 관광객 감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난 당국은 “화산 반경 7.5㎞ 밖 발리는 여전히 안전한 곳(still safe)”이라고 밝혔다. 또 항공당국 관계자는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화산재는 특정지역에서만 관찰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호텔요식업협회(PHRI)는 발리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을 위해 현지 관광업계가 추가 비용 없이 하루까지 호텔 숙박 기간을 연장해 주기로 했다.

높이 3,142m의 대형 화산인 아궁 화산의 1963년 분화 당시 산기슭 마을 주민 1,100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 명이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재난당국은 이후 50여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아궁 화산이 최근 들어 재차 분화할 조짐을 보이자 지난 9월 22일 경보단계를 ‘위험’으로 발령하고 분화구 주변 주민을 대피시켜왔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 아궁 화산이 화산재를 뿜어내는 가운데 주변 쿠부지역 마을에서 힌두교도들이 화산활동 중지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최고봉 아궁 화산이 화산재를 뿜어내는 가운데 주변 쿠부지역 마을에서 힌두교도들이 화산활동 중지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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