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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다스 3대 주주, 기재부가 할 일

입력
2018.01.08 20: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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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많은 이들이 이 회사의 실소유주를 찾아 그 진짜 주인에게 명의를 되돌려주고 싶어 한다.

정부도 바쁘다. 검찰 수사와 국세청 조사에 이어, 기획재정부 대책이 나왔다. 기재부는 세법시행령 개정에 ‘상속세 물납요건 강화’란 내용을 담았다. 물납은 세금 낼 현금이 없을 때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대신 낼 수 있게 하는 제도다.

2010년, 지분 48.99%를 가진 다스 최대주주 김재정(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남)씨가 세상을 떠나자 부인이 주식을 물려받았고, 이 상속세를 나라에 주식으로 냈다.

이 물납을 둘러싼 뒷말이 많았다. 물납은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고, 당국 승인이 필요하다. 상속세를 물납으로 낸 뒤 국가가 공매하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이 싼값에 사들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 관심이 없는 비상장주식에서 이 폐단이 자주 발생했다. 상속세를 다 내는 것보다 물납을 통하면 더 싸게 회사를 물려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역대 정부는 물납 요건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하지만 다스의 경우 비상장 주식임에도 물납이 승인됐다. 자연스레, 당시 청와대에 살던 사람과 연관 짓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다. “다른 재산이 있었음에도 물납을 받아줬다”, “다스 주식을 너무 비싸게 쳐줬다”는 주장들이다. 기재부가 이번에 물납 문제를 거론한 것도 이런 논란을 막고자 함이다.

그러나 사실 기재부가 할 일이 또 있다. 해답은 다스 주주명부에 있다. 이 전 대통령 큰형(47.26%)과 처남댁(23.60%)에 이은 3대 주주가 바로 기재부(19.91%)다.

기재부는 8년 전 세금 대신 받은 주식을 여전히 팔지 못했고, 본의 아니게 이 회사에 장기투자 중이다. 국ㆍ공유재산 공매 사이트 온비드를 보면 정부 보유 다스 주식(5만8,800주)에 대한 공매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이어졌지만 계속 유찰됐다. 주식이 끝내 팔리지 않은 걸 보면, 비싸게 쳐줬다는 주장이 틀리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는 나라가 다스 주식을 세금 대신 받아 입은 손해가 크다. 하지만 전화위복도 가능하다. 애물단지였던 주식을 이용하면, 기재부가 할 일이 없지 않다. 제대로 대주주 역할을 하는 일이다.

현행 상법은 보유주식 비율에 따라 주주 권한을 보장한다. 지분 3% 이상을 가지면 회계장부 열람ㆍ등사를 요구할 수 있고, 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으며, 주총 의안을 제안할 수 있다. 업무와 재산을 조사하는 검사인 선임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주주들이 우호적이지 않아, 이 방법으로 진실을 밝히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 지분 19.91%는 회사의 실제 소유구조를 밝히고 결과적으로 수백억원 나랏돈이 투입된(매몰된)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정상적 상황을 견제ㆍ예방하는 데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할 수 있는 일은 또 있다. 주주만큼 회사 일에 큰 목소리를 낼 사람이 누가 있나? 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진과 타 주주들에게 ▦차명주식 논란에 대한 입장 ▦불거진 의혹 및 관계자 증언과 관련한 대책 등을 요구하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재산 보전이나 민ㆍ형사상 대응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사실 진작 이뤄졌어야 할 것들이다. 지금 해 봤자 큰 쓸모 없는 일일 수 있다. 지루한 지분싸움보다, 국세청이 자금흐름을 캐고 검찰이 관련자를 소환해 진실을 밝히는 게 훨씬 더 신속하게 진실을 향해 갈 길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나라곳간 열쇠를 손에 쥔 기재부의 역할이 “물납 요건을 강화하겠다”와 같이 매번 반복됐던 면피성 대책 수준에만 그칠 수는 없다. 늦었더라도 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적극 활용해 나랏돈이 들어간 회사의 조속한 정상화에 일조하는 게 국유재산 당국의 할 일이다. 또 그것이 뒤늦은 제도 개선의 과오를 만회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영창 경제부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다스의 경북 경주시 본사 전경. 연합뉴스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를 동시에 받고 있는 다스의 경북 경주시 본사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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