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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것 같이 답답”… 파업 첫날 생지옥 된 9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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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것 같이 답답”… 파업 첫날 생지옥 된 9호선

입력
2017.11.30 17:09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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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운행 문제없다” 믿은 시민들

극심한 혼잡ㆍ지연 운행에 발동동

출입문 고장까지 겹쳐 아수라장

서울시, 버스ㆍ택시 추가 투입 등

비상수송대책 마련에도 역부족

인력 충원 등 근로조건 개선 요구

노조, 5일까지 엿새간 파업

지하철 9호선 노조가 엿새간의 파업에 들어간 30일 출근길, 지하철 보안요원이 9호선 여의도역에서 스크린도어가 고장이 나자 손으로 문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9호선 노조가 엿새간의 파업에 들어간 30일 출근길, 지하철 보안요원이 9호선 여의도역에서 스크린도어가 고장이 나자 손으로 문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평소에도 ‘지옥철’로 악명 높은 서울 지하철 9호선이 30일 파업과 열차 고장의 여파로 ‘생지옥’으로 변했다. 서울시와 9호선 운영사 측의 “파업에도 정상 운행에 지장은 없다”는 말만 믿고 이날 오전 지하철을 타려던 시민들은 평소보다 많은 인파와 지연 운행에 분통을 터트렸다.

30일 9호선 승객들은 이날 지하철을 아수라장으로 묘사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사회의 악을 다 모아놓은 지하철 한 칸이었다” “장기가 터질 것 같이 답답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직장인 윤모(46)씨는 예약한 KTX를 타기 위해 9호선 당산역에 아침 일찍 도착했지만 결국 기차를 놓쳤다. 윤씨는 “뉴스에서 출근 시간에는 정상 운행한다고 해서 철썩 같이 믿고 집을 나섰는데 열차가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았다”며 “안내 방송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신목동역에서 노량진역까지 이용한 직장인 A씨도 “매 역마다 사람이 넘쳐 나 승차하는것 자체가 힘들었을 뿐 아니라, 지하철 입구에 사람이 끼어 역무원이 문 여닫기를 수 차례 한 뒤에야 출발시켜 평소보다 시간이 3배 가량 더 걸렸다”고 전했다.

이날 혼란은 대체 투입된 기관사들의 업무 숙련도가 기존 직원들보다 낮았던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차례나 출입문이 고장 난 게 화근이 됐다. 9호선 열차는 오전 5시 53분과 7시 25분 김포공항역에서 출입문이 작동하지 않아 차량기지로 회송됐다. 서울시가 파업에 대비해 버스를 추가 투입하고 택시 공급을 늘리는 등 비상 수송 대책을 마련했지만, 하루 평균 48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9호선의 승객들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사측과 서울시가 “파업해도 정상 운행에 문제가 없다”고 파업 전날 발표, 출근길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퇴근길에도 한때 여의도역 등에서 “앞선 열차의 고장과 승객폭주로 열차가 지연운행되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이용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출근길 시민들이 30일 오전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출근길 시민들이 30일 오전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9호선 1단계 구간(개화역~신논현역)을 운영하는 ‘서울9호선운영’ 노조는 5일까지 엿새간 ‘인력 충원’을 포함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9호선 운영이 여러 단계에 걸쳐 외주화 돼 있다 보니, 사측이 공공성이 짙은 대중교통을 운영하면서도 오로지 단기간에 최대 이익을 내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구간은 서울시와 민간(‘서울시메트로9호선’) 자본이 공동 투입돼 건설됐다. 이후 서울시와 30년 운영권 계약을 한 서울시메트로9호선이 다시 ‘RDTA’라는 프랑스계 회사가 투자한 서울9호선운영과 해당 업무를 10년간 위탁 계약한 상태다.

파업이 계기가 됐지만, 9호선 혼잡 문제는 단순히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9호선은 주거 지역인 강서권과 업무 지역인 여의도, 강남권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출퇴근 시간대 수요가 높지만 열차 1편성당 고작 4량에 그쳐 혼잡도가 극심하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호선(급행열차) 출근 시간대(오전7시~8시)의 평균 혼잡도는 172%에 달한다. 일부 역사(염창)는 오전8시~9시 198%로 200%에 육박했다.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9호선 전체 40편성 중 3편성에 한해서만 4량을 6량으로 늘린 뒤 단계적으로 증량한다는 계획이라, 당분간 9호선의 혼잡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계법상 전동차 증량을 하려면 시운전 5,000㎞를 한 이후에 가능하다”며 “전동차를 발주해 만드는데 1년, 운행 시간을 피해 하루에 길어야 3~4시간 정도만 시운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보니 수요에 즉각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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