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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N툰] "퇴사 후 훌쩍! 그날부터 우리는…"

입력
2016.06.3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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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세계 여행을 꿈꾸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다. 배준호(34), 조유진(32ㆍ여) 부부는 이를 실천에 옮겼다. 부부는 대기업인 삼성SDS를 2014년 그만두고 404일간 유럽 북남미 오세아니아 지역의 25개국을 여행하고 돌아 왔다.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일까. 지난 20일 서울 강남의 커피숍에서 그들을 만났다.

"서른 중반에 퇴사, 쉽지 않았죠"

부부는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평범하게 살았다. 학창시절 착실하게 공부해 번듯한 대기업에 취직한 뒤 열심히 회사를 다녔다. 입사 3년차 때 사내 연애를 했고 3년 뒤 결혼했다. 전셋집인 작은 오피스텔에서 해 뜨기 무섭게 출근해 밤 늦게 퇴근하는 '저녁이 없는 삶'을 반복했다.

부부는 ‘언젠가 아이도 낳고 승진도 해서 집을 마련하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며 막연하게 미래를 그렸지만 일상은 늘 갑갑했다. 아내 조씨가 먼저 퇴사 얘기를 꺼냈다. 그는 "일이 많아 야근이 잦았고 주말에도 출근했다”며 “선배들의 모습처럼 정신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원하는 미래가 아니어서 회사를 떠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퇴사와 세계여행. 고민의 정점에 돈이 있었다. 서른 중반에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불확실한 미래를 선택하는 것은 모험이었지만 긴 대화 끝에 결론을 내렸다. 2014년 9월30일 부부는 만 7년간 다녔던 회사를 함께 그만 뒀고 두 달 뒤인 12월 3일 세계여행을 떠났다.

"일상이 된 여행=게으름 피운 시간"

모범생 부부답게 꼼꼼하게 여행을 시작했다. 부부는 나라별 일정과 맛집, 숙소, 예산 등을엑셀파일로 빼곡하게 정리해 일정표를 만들어 계획대로 움직였다. 직장을 포기하고 떠났으니 얻는 게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다녔다.

하지만 여행 두 달을 넘기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쳐버렸다. 여행 중단을 논의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결국 고심 끝에 부부의 내린 결론은 ‘계획을 버리는 것’이었다. 배씨는 "보고 싶으면 보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쉬고 싶을 때 쉬며 살면서 처음으로 시간을 게으르게 보냈다”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곧 여행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부부가 여행에 들인 돈은 5,300여만원이다. 세계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1년간 1인당 2,500만원을 예상한다니 '평균값'을 맞춘 셈이다. 조씨는 “여행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멋진 장소에 가본 것은 하나의 경험일 뿐이겠지만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여행 그 후, 무엇이 달라졌을까

여행을 마치고 올해 1월 한국에 돌아와 보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신혼 집이었던 오피스텔의 전세금은 1억 원이 올랐고 통장의 잔고는 비어 있었다.

부부도 변했다. 우선 삶의 목표가 달라졌다. 커피를 마시던 조씨는 “예전에는 좋은 집, 좋은 차와 명품 가방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했지만 이제는 타인을 부러워하기 보다 실체 있는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부부는 윌림(willim)이라는 스타트업을 차렸다. ‘세줄일기’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를 개발한 곳이다. 페이스북 여행일상 페이지를 운영하며 각종 콘텐츠를 만든 경험이 바탕이 됐다. 부부와 두 명의 직원이 주 7일에 가깝게 일하지만 마음은 즐겁다. 부모의 일상을 담은 '마더파더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지난달 300만원의 첫 매출도 올렸다.

시간이 나면 외부 강연도 다닌다.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찾는 ‘퇴사학교’에서 부부의 여행담은 단연 인기다. 부부에게 “퇴사 후 여행을 떠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뻔한 질문을 했다. 배씨는“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남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며 “스스로에게 준 안식년은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글=김지현기자, 이원준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 4)

사진= 김주영기자, 배준호 조유진 부부 제공

디자인=백종호 디자이너

영상= 배준호 조유진 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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