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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험한 월성1호기 폐로가 정답이다

입력
2018.08.01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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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작업에 7,000억 원을 들였다고 해서 월성1호기가 안전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일부 언론이 월성1호기 폐로는 7,000억 원을 허공에 날리는 거라며 반대를 하지만, 안전 문제는 뒷전이다. 최근 월성1호기 폐로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실을 바로 보라”고 한 이은철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정작 법원으로부터 ‘3년 이내 원자력이용자가 수행하는 사업에 관여했던 사람’으로 객관성을 갖추지 못해 원자력안전위원으로서 결격자라는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법원이 연장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허가한 당사자로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합리화하는 주장에 불과하다.

첫째, 월성1호기는 제대로 된 안전성 평가 없이 설비교체를 했다. 안전성을 확인해야 할 원안위 심의 없이 대규모 설비교체가 과장 전결로 이루어졌다. 그런 터무니없는 일이 가능했던 것을 조석 전 한국수력원자력사장은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 몸소 설명해주었다. “허가가 나는 것은 기정사실화하고 돈부터 집어넣지 않습니까, 허가 안 내주면 7,000억 원 날리니까 큰일 난다고 그러지.” 이는 그의 말 그대로 ‘원자력계가 일하는 방식’이었다. 일단 돈부터 집어넣느라 월성1호기는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수명이 연장됐다.

둘째, 30년 가동한 월성1호기가 수명연장이 되자면 거의 새것처럼 안전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래서 관련규정은 최신기술기준에 따른 안전성 평가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 월성1호기소송 1심 판결이 수명연장을 취소한 중요한 위법사유였다. 원전은 사고시 우선적으로 안전정지를 시키고, 원자로를 냉각하고, 방사능 외부 유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월성1호기는 이런 핵심적인 안전설비와 관련해 최신기술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월성1호기는 설비교체에 7,000억 원을 들였어도 같은 원자로인 월성2ㆍ3ㆍ4호기 안전성 수준보다도 훨씬 떨어진다.

셋째, 월성1호기는 원전 설계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최상위 안전설계기준’을 30년 전 내용에 따르고 있다. 게다가 월성1호기는 자재와 기계부품규격을 1975년 기준에 맞추고 있다 보니 현재의 기준에서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안전띠도 에어백도 목받침도 없는 자동차를 고속도로에서 몰고 있는 것과 같다.

넷째, 월성1호기는 지진에 특히 위험하다. 월성1호기 부지는 7가지 암석으로 구성된 이질 암반으로 지진에 매우 취약한데, 실제로 경주지진 당시 월성1호기 원자로 바닥의 지진 충격이 월성2ㆍ3ㆍ4호기의 1.6배나 되었다. 경주지진 이후 원전시설의 내진 성능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나 정작 경주지진이 일어난 지역에 위치한 월성1ㆍ2ㆍ3ㆍ4호기의 원자로는 내진 성능 강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779년 경주에서는 규모 약 6.7의 지진으로 1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는 우리나라의 역사지진 중 피해가 가장 큰 지진으로 꼽힌다. 경주에 큰 지진은 다시 발생할 수 있는데 월성1ㆍ2ㆍ3ㆍ4호기 원자로는 큰 지진을 견딜 수 없는 구조이다.

다섯째, 화재사고는 원전의 가장 위험한 사고로서 케이블 등이 타버리면 제어 불능 및 정전으로 이어져 안전정지의 실패 또는 냉각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멜트다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화재는 실수로도 일어날 수 있고 특히 지진 후에 화재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월성1호기는 화재 방호계통이 안전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 또 원전 주제어실에서 불이 나서 원자로 안전정지를 못 시키면 제2제어실에서 안전정지를 시킬 수 있는지 분석을 해야 하는데 월성1호기는 화재 안전정지분석을 하지 않았다. 월성1호기는 화재에 무방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7,000억 원을 들였기 때문에 월성1호기가 새것처럼 바뀌었을 것이라는 추측은 실태를 모르거나 외면한 것이다. 정부도 월성1기가 경제성 때문만이 아니라 안전성 측면에서도 폐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철저한 조사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월성1호기 폐로의 정당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영희(변호사ㆍ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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