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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도 말 할 수 없다”...직장인 내부고발자, 보호시스템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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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도 말 할 수 없다”...직장인 내부고발자, 보호시스템 전무

입력
2017.12.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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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A씨는 3년 동안 다녔던 직장을 지난 10월 나와야만 했다. 수당도 없이 지속적인 추가근무 지시에 대해 항의하자, 돌아온 회사의 노골적인 불이익을 참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노조가 없어서 사원들의 의견을 모아서 전달했더니 연차도 못쓰게 하고 업무까지 몰아주면서 심한 차별을 했다”며 “경영진으로부터 ‘문제제기를 계속 하면 업계 사람들에게 알려 이직이 힘들도록 할 것’이란 압박까지 들었다”면서 이직 배경을 토로했다.

불합리한 노동 환경에도 사측의 2차 보복성 가해를 우려한 탓에 ‘속앓이’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사내 노동조합이 유명무실한 경우엔 집단 대응이 어려운 데다, 내부고발자의 추가 피해에 대응 가능한 법적 보호조치도 사실상 전무해서다.

노조 영향력이 미미한 업체 직원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인천시에 근무하는 직장인 B씨는 “노조의 존재를 생각하지 않은 채로 회사 생활을 하다가, 퇴직금 산정 문제로 노조 대표를 찾아보니 바로 ‘나’였다”며 “사회초년생들이 입사 시 노조의 존재 자체를 고려하지 않고 들어간 후 부당한 노동환경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동청이나 언론 등 외부 제보도 재직 중인 직장인들에겐 쉽지 않다. 회사가 제보자를 색출해 불이익을 주는 사례도 많아서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는 C씨의 경우, 최근 연차수당 미지급 등 사내 노동문제를 외부기관에 고발한 게 자체 색출작업에서 적발되면서 이번 하반기 성과평가 실적순위가 전보다 현저히 낮아졌다고 했다. C씨는 “문제가 개선되는가 싶더니 몇 십 명의 부서 사람들을 불러 모아 고발자를 찾아냈다”며 “나만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를 고발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차별대우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더 큰 문제는 추가적인 불이익을 받아도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 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고발 이후 이어지는 차별적 대우들이 근로기준법에 비춰 볼 때 확실하게 어긋나는 범법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시 근로개선지도과 관계자는 “부당 정직•전직•해고 등의 추가 피해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넣어 해결할 수 있지만 이직 협박이나 일감 몰아주기, 차별적인 인사 평가 등은 사업주가 나름의 이유를 들어 판단한 사항이라고 반박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해당 사안에 대한 부당함을 피해자가 직접 증명해야 해 이를 막을 수 있는 사전적인 보호 조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치권도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 중이다. 기존의 공익신고자 보호법(공익을 위해 양심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내부고발자들을 보호하는 것)을 보완해 노동시장에서의 각종 위법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자까지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지난 8월 ‘공익신고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 한 더불어민주당 정재홍 의원 관계자는 “노동시장의 위법 행위는 외부로 알리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지만 보호조치가 없어 다들 신고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개인이 신고 사전이나 사후 보호조치를 신청해 2차 피해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영·홍인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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