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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0억엔 약속 해놓고 왜 뜸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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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10억엔 약속 해놓고 왜 뜸들이나

입력
2016.07.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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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금일 경우 법적 책임 인정 부담

위로금 주장하며 인도주의 성격 강조

할머니 지원 외 다양한 용처로 분산시켜 본질 흐리기

2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인기 기자
2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의 위안부 지원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기 위한 ‘화해ㆍ치유 재단’이 28일 출범하지만 여전히 논란투성이다. 일본 정부가 재단 운영자금으로 약속한 10억엔을 아직 출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10억엔을 모두 피해 할머니 지원사업에 사용하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반대하고 있어,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10억엔의 성격과 사용처를 둘러싼 의견대립은 지난해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때부터 예견된 부분이다. 당시 합의문에 ‘사죄와 반성’이라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위안부 강제동원의 ‘법적 책임’이라는 표현이 빠진 탓이다. 법적 책임을 인정할 경우 10억엔은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금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해석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김태현 위안부 재단 이사장조차 지난 5월 “10억엔은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다시 “배상금”이라고 말을 바꾸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정부는 10억엔이 배상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피해 할머니 각자에게 가급적 많은 돈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10억엔은 일본 정부가 조성한 자금이다. 1995년 일본이 민간기구인 아시아여성기금을 통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피해 할머니들 개개인에게 돈을 지원하려 한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 간에 논란이 남아 있지만, 이처럼 일본이 정부차원에서 할머니들을 지원할 경우 법적 책임에 준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일본은 이 같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 10억엔이 할머니들 각각이 아닌 재단 전체의 운영자금으로 쓰이길 바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래서 배상금 대신 위로금이나 치유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특히 재단이 피해 할머니 지원뿐만 아니라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가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10억엔의 일부를 한국인 유학생 장학금으로 사용하자며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미래 지향적인 의미를 애써 부각시키려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일본은 특히 10억엔 출연을 계기로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철거를 연계시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 내 여론이 들끓어 더 이상 대놓고 요구는 못하지만, 10억엔을 내면 우리 정부가 알아서 성의를 표시해 달라는 것이다. 다만, 25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측이 소녀상 문제를 꺼내지는 않았다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10억엔을 출연한 이후에도 지속될 한국 내 반대여론에 대해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요구사항을 계속 바꿔 나가며 일본을 괴롭히는 일종의 ‘골대 바꾸기’ 전술 정도로 치부하며, 국내의 정당한 비판세력을 폄하하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27일 “국내의 위안부 재단에 반대하는 측에서 10억엔 외에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는 말이 일본 쪽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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