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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큰 목소리보다 전략’ 일깨운 외교차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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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큰 목소리보다 전략’ 일깨운 외교차관회의

입력
2015.04.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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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 미국 일본 3국 외교차관 협의회가 처음 열렸다. 한일 과거사 문제와 북핵 등 안보 문제가 논의됐다. 우리 측의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협의회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문제에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면서 북한 등 다른 분야의 협력을 증대시키겠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앞서 한국 특파원들에게는 “일본의 역사문제를 분명하고 단호하게 얘기하겠다”고 했다. 기자회견에서의 그의 발언은 한일관계에서 과거사와 안보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정부 기조를 공식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과거사-안보 분리라는 투 트랙 전략은 처음부터 먹히지 않았다. 과거사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조 차관의 요구에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양국은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킬 책임이 있다”고 딴소리를 했다. 또 “역사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있고 아베 총리는 공개적으로 과거사에 대한 견해를 표명해 왔다”고 해 과거사에 관한 한 ‘할만큼 했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부장관도 “한일 양국이 직면한 공통의 목표가 현존하는 갈등을 훨씬 압도할 것”이라고 해 사실상 일본을 두둔하는 입장에 섰다. 이런 결과는 그간 미국과 일본 당국자들이 했던 발언들에 비춰볼 때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조 차관만 목소리를 높였을 뿐 미국 일본에 과거사는 더 이상 관심사가 아니라는 게 협의회에서도 확인됐다.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압박하는 것은 동북아에서의 안보이익 때문이다. 우리가 투 트랙으로 선회한 것은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과거사에 막혀 한일관계가 올스톱되는 상황도 우리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현실론 때문이다. 이제 우리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메아리 없는 과거사만 외쳐댈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과거사와 안보를 국익에 맞게 충족시킬 수 있는가 하는 해법을 찾는 것이다. 해답은 안보에서 찾아야 한다. 안보에서 지렛대를 가질 때 역으로 과거사에 대한 우리 목소리가 통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게서 3각 안보공조에 대한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한일, 한미일 외교ㆍ국방 협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어떤 입장으로 임할 지에 대한 전략과 철학을 제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래서는 미일의 안보밀착을 견제할 수도 없고, 봉쇄로 치닫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 우리와 다를 수 밖에 없는 미일의 안보이익을 추종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과거사에 대한 발언만으로 역사문제에서 할 일을 다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 안보 현장의 당사자는 우리라는 엄중한 인식에서 한미일 공조의 출발점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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