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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근원은 상대평가… 대학은 질적 구조조정도 필요"

입력
2015.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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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개편, 기존 대학 활용하는 방안 마련해야

법으로 존재하는 자사고 제도, 정부는 따를 수밖에 없어

임명직 장관은 거취 얘기 말아야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돼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현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현안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어당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별명이다.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정치력)는 8단’이라는 의미다.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추진력이 강하고 정치적 셈법이 빠른 그를 표현했다. 그가 지난해 7월 교육부장관 후보에 지명됐을 때 교육 전문성보다는 사회부총리로 격상되는 교육부장관 자리에 정치력을 발휘할 인물로 기대됐던 게 사실. 그러나 황 부총리는 취임 이후 별명처럼 정치력과 추진력을 발휘해 교육정책을 주도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과목 절대평가 도입, 자유학기제 확산, 세계교육포럼 성공 개최 등 뚜렷한 성과도 냈다. 논란을 부른 교육정책들도 적지 않다.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부총리직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내달 8일 취임 1년을 맞는 황 부총리를 만나 지난 1년과 앞으로의 교육정책, 총선 출마 논란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됐다.

-취임한 지 곧 1년인데 지난 1년을 평가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인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이 자리를 잡은 해였다. 지난 20년간 우리 교육을 유지해온 틀은 5ㆍ31(1995년) 교육정책이었다. 선진국들이 설정한 문제와 그들이 찾아낸 해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해 선진국을 추격하는 교육이었다. 하지만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니 우리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해답을 찾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학생 내부의 꿈과 끼를 끌어내는 교육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다. 자유학기제로 출발해서 사춘기 때 교사의 관찰을 통해 학생들의 특성, 자질, 재능을 발견하고, 학생은 진로를 탐색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들어갈 때 이미 학생이 평생 뭘 해야 하는가에 대해 어느 정도 틀을 잡도록 하는 교육의 기반을 닦았다.”

황 부총리는 교육의 틀을 지금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여전히 선진국이 해 놓은 것을 좆는 수준에 머무른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70%가 넘는 대학진학률에서 보듯 학벌 중심의 사회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황 부총리는 대학 구조조정에서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논란이 많다.

“위기에 빠진 대학 개편은 피할 수 없다. 학령인구 감소는 바꿀 수 없는 대세다. 그러나 장기에 병이 생긴다고 도려내기만 하면 몸은 쇠약해지는 것처럼 대학도 줄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재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폴리텍의 경우 현재 35개이고 올해만도 5개가 더 생겨난다. 앞문 닫고 뒷문 여는 격이다. 수를 줄이는 것보다 기존 대학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대학으로 바꿔 풀 가동시킬 방침이다. 우수한 외국인 학생들, 교포 자녀들을 데려와 양적 부족을 메우고, 질적으로는 산업수요에 맞는 인력을 배출하는 대학들로 변하도록 지원한다. 나는 위기에 빠진 대학들의 법정관리인이다.(웃음)”

-입시제도의 변화는 없나.

“입시제도는 현재로선 백약이 무효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학과 사회 전체가 움직이면서 바뀌어야 한다. 교육 문제로 사교육 얘기를 많이 하는데 원인은 우리 교육과정의 상대평가 제도다. 열심히 가르치고 공부하면 모두 100점을 맞아야 하는데 이게 안 된다.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을 한다. 100점 맞는 사람이 전체 4% 이내여야 하는 상대평가 제도가 사적인 공부를 하도록 몰아간다. 대입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꾸니 영어 사교육 시장이 줄었다. 큰 틀에서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취직이 잘 되는 능력 중심이 사회, 대학의 특성화를 통한 산업맞춤형 대학으로 가면 입시제도는 조만간 대폭 바뀔 것이다.” 황 부총리는 “수능에서 다른 과목도 절대평가를 도입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민감한 문제여서 즉답하긴 어렵다”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황 부총리는 교육부 장관 취임 후 많은 교육 현안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특히 이념 대립으로까지 치닫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대립, 진보 교육감들과의 누리과정 예산 및 자율형사립고 운영평가 갈등, 실체를 알 수 없는 인성교육 추진 등에서는 논란을 낳았다.

-인성교육이라는 그릇은 예쁜데 뭘 담을 수 있을지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지금은 지식과 정보를 너무 손쉽게 얻는다. 이제는 쉽게 얻은 지식과 정보를 담아내는 그릇이 중요하다. 그런 그릇을 만드는 게 인성교육이다. 성공한 사람들을 분석해보면 자신감, 용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도전, 협상의 능력 등이 있다. 인성교육은 그런 능력을 키워 무한한 지식 세계에 가서 올바른 가치 정립을 하도록 돕는 교육이다. 교사가 인성교육을 맡게 되는 주체인 만큼 전교조와도 대화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ㆍ특목고 등의 운영평가에서 재지정 취소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진보교육감들과의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교육감들이 선거 공약으로 자사고를 없애겠다고 했다. 정부는 법으로 존재하는 자사고 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 외에서는 최근 교육감들과 협력해 나가기로 하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교육현장에서 만큼은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고, 교실 앞에서는 정치적 요소를 내려놓고 교실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서 서로 합심해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이 그 사례다.”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부총리 겸 장관 자리를 내놓는다는 소문이 있다.

“임명직 장관은 자기 거취에 대해 얘기 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임명권자가 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명권자가 언제든지 물러나라고 할 때까지, 그리고 물러나는 날 밤 12시까지는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다.”

황 부총리는 임기 중에 꼭 하고 싶은 것으로 세월호 참사에서 학생들을 구하다 사망한 단원고 김초원, 이지혜 교사에 대해 순직을 인정하는 것을 꼽았다. 그는 “그분들은 기간제 교사였어도 학생들에게는 같은 선생님이었다”며 “이들이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법률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국민정서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황 부총리는 “북유럽 국가들은 어려울수록 교육과 보육에 더 많은 투자를 했고 그 결과 아이를 더 많이 낳게 되고 집도 더 짓고 도로도 확장하는 등 불황의 늪을 모르고 발전했다”며 “지금 어려운 시기지만 고교무상교육 등 교육투자를 줄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담=이태규 사회부장

정리=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황우여 부총리 프로필

▦1947년 인천 출생

▦제물포고-서울법대 졸업

▦1969년 제10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형사지법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원, 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민사지법 부장판사, 감사원 감사위원 역임. ▦1996년 제15대 신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정계입문. 16, 17, 18, 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역임

▦2014년 8월~현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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