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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우는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7명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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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우는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7명 퇴사

입력
2017.07.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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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심해지는 2차 피해

사내 소문 돌고 따돌림 당하고

문제 제기했다가 해고ㆍ파면

“직접적 불이익” 57% 달해

피해자 78% “참고 넘어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아빠인데 뭐 어때. 한번 안아보자.”

중소업체 직원인 20대 여성 A씨는 입사 후 상사의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렸다. 아버지뻘인 상사는 퇴근하는 A씨를 따라와 남들이 보지 않을 때 손을 잡고 껴안거나 커피를 마시자고 하는 등 사적인 만남을 강요했다. 참다 못한 A씨는 이를 사장에게 보고했으나, 오히려 사내에 소문이 돌면서 주변의 따가운 눈총에 시달렸다. A씨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회사를 떠났다.

요식업계에서 일하던 여성 B씨는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리다 우울증을 얻어 회사에 병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회사는 병가조건으로 권고사직을 사실상 강요했다. B씨는 “치료 후 회사에 복귀하겠다는 요구를 묵살하고 끝내 해고됐다”고 말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겪는 ‘2차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회사에서의 불이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회사를 떠나거나, 아예 회사측으로부터 해고 조치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18일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 가량이 결국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1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성희롱 발생 후 해당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는 이들은 29명(28%)에 불과했다. 특히 퇴사한 이들(74명)의 80%(60명)가 6개월 이내에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여성노동자회 측은 “맞서 싸워봤자 가해자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하고, 피해자가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는 구조 탓”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회사로부터 직접적인 불이익을 당했다는 응답도 절반 이상인 57%(58명)에 이르렀다. 2015년에는 34%였는데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파면이나 해고 등 신분 상 불이익(31명ㆍ중복응답)을 받거나 집단 따돌림, 폭행, 폭언 등 정신적 괴롭힘(31명)을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전보ㆍ전근ㆍ직무 재배치 (17명) ▦성과평가 불이익(12명) ▦징계ㆍ정직ㆍ감봉 등 인사 조치(11명) ▦교육ㆍ훈련 제한(8명) 등도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78.4%는 아무런 대처 없이 ‘참고 넘어갔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규정이 신설됐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법에서 회사가 성희롱 피해자에 부당한 조치를 내릴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부당한 조치가 무엇인지 그 범위가 모호할 뿐 아니라, 가해자가 사업주일 경우에는 처벌이 과태료 등으로 한정돼 있다. 또 가해자에 대한 내부 징계의 수위도 오롯이 사업주의 재량에 달렸다. 이수현 국가인권위원회 여성인권팀장은 “직장 내 성희롱은 피해자가 저항하기 힘든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과태료 처분보다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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