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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안 돼”… 세월호 희생자가 읽지 못한 마지막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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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안 돼”… 세월호 희생자가 읽지 못한 마지막 메시지

입력
2017.05.26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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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안 돼, 꼭 살아있어야 돼.”

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 선체가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그 시각, A씨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잇따라 도착했다. 오전 9시 29분까지 메시지를 확인한 A씨는 그러나 그 이후 들어온 메시지는 읽을 수 없었다. 그는 지인들의 안타까운 안부 메시지에 답을 할 수 없었고 결국 배 밖으로 빠져 나오지도 못했다.

25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거치장소에서 선체수색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 세월호 거치장소에서 선체수색 관계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읽지 못한 메시지 3년만에 복원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최근 세월호에서 수거된 휴대폰 2대를 복원한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복원 결과는 마지막으로 휴대폰을 이용한 시간과 마지막 작동 시간 등을 알려 줘 침몰 당시 상황을 구성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휴대폰 전문복원업체 모바일랩이 복구한 데이터에 따르면 희생자 A씨 휴대폰에서는 전화번호 255건, 통화목록 4,142건, 문자메시지 2,952건, 카카오톡 3만1,895건, 사진 14만2,162장, 영상 8개, 음성 409건 등이 복원됐다.

A씨 휴대폰은 참사 당일인 4월 16일 오전 10시 1분까지 정상 작동됐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휴대폰을 오전 9시 29분까지는 확인했지만, 9시 30분부터 10시 1분까지 31분 동안 도착한 13건의 메시지를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9시 30분은 세월호 선체가 45도 기운 시간이고, 10시10분은 78도까지 기울어져 선체가 사실상 전복을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A씨가 읽지 못한 메시지엔 “꼭 연락해야 돼”, “오자마자 연락할 수 있을 때 전화해야 돼”, “해경이 경비정 투입했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마지막 메시지는 “나왔어? 다른 사람 휴대폰으로라도 연락해 줘”라는 당부였다.

희생자 B씨의 휴대폰도 함께 복원됐다. B씨 휴대폰에선 전화번호 516건, 통화목록 8,466건, 문자메시지 5,002건, 카카오톡 4만1,646건, 사진 32만3,729장, 영상 583개, 음성 1,422개 등의 데이터가 복구됐다. B씨 휴대폰이 마지막으로 작동했던 시간은 오전 9시 47분이었다. 이 때는 세월호가 61도 정도(9시 46분) 기운 시점이다.

자살한 교감, 출항 반대 정황도

A씨 휴대폰 메시지에서는 출항 전날 단원고 교감이 수학여행 출발을 반대했던 정황도 담겨 있었다. 참사 전날인 15일 오후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안개로 못 갈 듯”, “교감은 취소를 원하고”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교감’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됐다 죄책감과 책임감에 진도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모 교감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 당시 강 교감 지갑에선 “200명(당시 기준)의 생사를 알 수 없는데 혼자 살기 힘에 벅차다, 나에게 모든 책임을 지워달라”는 유서가 발견됐다. 그러나 정부는 강 교감의 죽음이 자살이었다는 이유로 그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확정됐다.

강 교감의 아내는 이날 이 같은 메시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출항을 반대한 사실은 몰랐다”며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안개가 짙게 낀 상태에서 출항하는 것을 굉장히 우려하고 당연히 반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체조사위에 따르면 22일 기준 세월호에서 발견된 디지털 기기는 총 135대다. 휴대폰이 83대로 가장 많고, 메모리 카드 20개, 카메라 12대, 외장 하드 4대, 노트북 컴퓨터 4대, USB 저장장치 3개, 태블릿 PC 2대 등이다.

3년 동안 바닷물 속에 잠겨 있었음에도 일부 휴대폰이 거의 완벽하게 복원되면서 사고 당시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휴대폰 소지자의 위치와 최종 작동 시간을 맞춰 보면 선체 해당 구역의 침수 시간을 파악할 수도 있다. 메시지나 카카오톡 내용을 통해 당시 세월호 승객들이 시간대별로 어떻게 대응했는지 알 수 있어, 대피ㆍ구조 조치와 관련한 상황도 좀 더 자세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26일 오전 목포 신항 사무실에서 열린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 소위원회에 참석한 한 유가족이 복원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죽으면 안돼, 꼭 살아있어야 돼'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전 목포 신항 사무실에서 열린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 소위원회에 참석한 한 유가족이 복원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죽으면 안돼, 꼭 살아있어야 돼'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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