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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민관 합작 화장품, 中서 론칭… 사드로 막힌 수출길 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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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르네상스]민관 합작 화장품, 中서 론칭… 사드로 막힌 수출길 뚫다

입력
2017.07.28 08:59
수정
2018.10.2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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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ㆍ중소 화장품 제조사들

용고그룹과 5년 간 415억원 계약

49개 제품 中 CFDA 인증 받아

동남아ㆍ러시아로 판로 다변화

할인행사 등 국내 판매도 강화

25일 인천 중구 선린동 지역 뷰티제조사 공동판매 브랜드숍인 휴띠끄 차이나타운점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이환직 기자
25일 인천 중구 선린동 지역 뷰티제조사 공동판매 브랜드숍인 휴띠끄 차이나타운점 앞을 관광객들이 지나고 있다. 이환직 기자

2017년 7월 26일 오후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한 호텔. 중국인 300여명이 마스크팩 등 한국산 화장품을 직접 써보고 관련 설명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 용고투자발전그룹 상해용향신방투자관리유한공사(용고그룹) 회원들. 이들이 쓰고 있는 화장품은 인천시와 화장품 제조사들이 함께 만든 화장품 브랜드 ‘어울(Oull)’ 제품이다.

2004년 중국 퇴역 군인들이 설립한 용고그룹은 네트워크마케팅과 부동산투자개발 사업을 하는 곳으로 회원만 47만명에 이른다. 이 회사는 인천시,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와 2017년 2월 5년간 매년 5,000만위안(약 83억원) 규모 어울 제품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용고그룹 회원들이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이었으나 한반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라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중국 현지에서 어울 브랜드를 알리는 행사를 열게 됐다. 해외에서 어울 브랜드 론칭 행사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서 용고그룹은 약 1억원 상당 어울 제품을 주문했다.

리지(李继) 용고그룹 총경리(대표이사)는 “회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어울 브랜드 마케팅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어울 브랜드와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 화장품 공동 브랜드 ‘어울’은 ‘어우러지다’ ‘진실해지다’ ‘진심을 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어울은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화장품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판로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어울은 2014년 2~9월 브랜드와 제품 개발을 거쳐 같은 해 10월 첫 선을 보였다. 당시 10개 사가 기초ㆍ기능성ㆍ헤어 등 24개 품목 37개 제품을 내놨다. 참여 사와 제품 수는 2016년 16개 사와 48개 품목 72개 제품으로 늘었다. 홍삼과 진주, 수분, 자외선 차단, 스페셜 케어, 남성, 헤어 등 제품 라인도 다양해졌다. 주름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매달 3만장씩 팔리는 꿀광 프리미엄 마스크팩 등 효자 상품도 생겼다.

2018년에는 프리미엄 기초라인인 설안 브라이트닝 스킨케어 세트, 가성비와 가용비를 겸비한 워터글로우 모이스처 크림 등 8개 품목 신제품도 선보였다. 참여 사도 19개 사로 늘었다. 합리적 가격 등을 앞세워 2014년 10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누적 매출 140억원을 기록했다.

어울 브랜드는 2014년 첫 선을 보인 뒤 이듬해까지 인천시가 주도해 브랜드 개발과 인지도 확보에 주력했다. 지난해부터는 민간 주도로 제품 개발과 유통망 확대 등을 꾀하고 있다. 인천시는 2019년부터는 브랜드를 민간에 넘겨 연구개발(R&D)센터 설립과 라이선싱 사업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한다는 계획이다.

어울 브랜드는 2015년부터 중국 식약품감독관리총국(CFDA) 위생 허가 인증 획득을 추진하는 등 공격적으로 중국시장을 노리고 있다. CFDA 인증은 14종의 서류 검사, 임상시험 검사 등 까다로운 기준과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돼 보이지 않는 무역장벽으로 업계에선 인식하고 있다. CFDA 인증을 받은 어울 제품은 49개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11월 중국 충칭수출입유한공사와 100만달러(약 11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등 조금씩 성과를 냈고 용고그룹과의 수출계약까지 이어졌다. 2017년 5월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 화장품ㆍ미용 전시회인 중국 상하이 국제 미용 박람회에서 650만달러(약 72억원) 규모의 수출 상담과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 상당의 현장 계약도 맺었다.

2018년 들어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마케팅과 중국 파워블로거 ‘왕홍’을 활용한 제품과 브랜드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최대 오픈 마켓 ‘타오바오’에 어울 브랜드관도 문을 열었다.

어울 브랜드는 다양한 신제품 개발 등을 통해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2016년 11월 신제품 출시회에선 태국 회사와 90만달러(약 1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2017년 9월에는 태국, 10월에는 인도네시아, 러시아 박람회에도 참가해 브랜드와 제품을 소개했다.

어울은 2017년 4월에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일본 등에 진출한 세계적인 온라인 전자상거래몰 ‘큐텐(Qoo10)’에 전용몰도 신설했다. 큐텐은 싱가포르에서 점유율 1위에 오른 온라인 오픈마켓으로 회원 수가 1,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4월에는 태국 방콕 대한민국 브랜드 엑스포에, 5월에는 상하이 미용박람회, 7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 미용전시회에 참여해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어울 제품은 현재 한국과 중국 온라인 쇼핑몰, 인천지역 뷰티제조사 공동판매 브랜드 매장인 ‘휴띠끄’, 인천국제공항과 신세계 면세점 등을 통해 팔리고 있다. 뷰티산업 관련 중소기업 생산 제품 판매를 대행하는 휴띠끄는 어울보다 먼저 2012년 11월 문을 열었다. 현재 본점인 차이나타운점과 월미점, 인천항 제2국제여객터미널점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 웨이하이(威海) 지사나 해외 회사와의 수출계약 체결, 인천시와 산하 기관 기념품으로 공급되는 제품은 더 많다.

하지만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시장 공략과 방한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제품 판매에 큰 타격을 받으면서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로 수출처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국은 이미 2015년 7월 화장품위생감독조례, 같은 해 12월 화장품안전기술규범 개정, 지난해 4월 국경간 전자상거래 세제 개편을 통해 화장품 반입에 제동을 걸었고 사드 사태 이후에는 더 노골화됐다. 실제 중국 단체 관광객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인천 중구 선린동 휴띠끄 차이나타운점만 해도 방문객이 급감한 상태다. 휴띠끄는 화장품 판매시설과 함께 네일아트 등도 체험할 수 있게 꾸며 중국인 관광객의 만족도가 높았지만 최근 직접 찾은 휴띠끄 차이나타운점은 손님이 없어 한산했다. 어울 유통대행사인 진흥통상B&H 직원들이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에 납품할 제품 포장에 분주할 뿐이었다. 김세현 진흥통상B&H 대리는 “사드 사태 전만 해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휴띠끄 매장에서 어울 제품을 많이 구매해갔으나 지금은 발길이 끊긴 상태”라며 “중국 지사를 통한 판매나 인천시 기념품 공급 등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열린 중국 상하이 국제 미용박람회 현장에 마련된 인천시 공동브랜드 어울관에서 참가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시 제공
지난 5월 열린 중국 상하이 국제 미용박람회 현장에 마련된 인천시 공동브랜드 어울관에서 참가자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인천시 제공

어울의 중국 수출액을 살펴보면 2014년 10월부터 2015년 19억3,6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 33억8,200만원의 57.5%를 차지했다. 2016년에는 중국 수출액이 20억7,100만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전체 매출액(50억2,800만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1%에 그쳤다.

시 관계자는 “중국 수출을 위해 내륙 서부도시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화장품 위생허가 인증 취득에 대한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할 계획”이라며 “중국 외 새로운 해외 판로 공략을 위해 동남아시아 바이어 발굴과 해외 박람회 참여, 해외 론칭 행사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할인 행사 확대, 홈쇼핑 진출, 면세점 입점,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국내 판매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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