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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시설관리직은 단순노무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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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시설관리직은 단순노무자가 아닙니다”

입력
2018.05.0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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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구산별노조위원장

권성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구산별노조위원장.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권성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구산별노조위원장.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노조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노조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지난해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일자리의 안정성을 높이는 작업이 한창이지만 여전히 볕이 안 드는 곳이 적지 않다. 공무원들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힘없고 영향력 없는 직군들은 여전히 음지에 방치돼 있다. 권성호(54)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구산별노조 위원장은 “대구 교육청이 몇 년째 시설관리직을 비정규직 직종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위원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교육청은 2008년 시설관리직을 70명을 공개 채용한 이후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시설관리직 정규직 인원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60세 이상의 퇴직자나 고령자를 단기계약직으로 채우고 있다. 조리직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공무원 조리사들의 정년퇴직이 줄을 잇고 있지만 교육청에서는 신규 정규직 채용 대신 공무직과 비정규직으로 채우고 있다. 2017년 10월 대구교육청에서 관할 학교에 내린 공문에 의하면 ‘2018년 2월까지 조리사 결원 시 만 60세 이상 고령자 한시 채용’할 것을 명시했다. 권 위원장은 “교육청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시설관리직은 학교 시설관리는 물론 안전까지 책임지는 전문직”이라면서 “지금 세대가 모두 퇴직하고 나면 학교는 전문성과 애착이 떨어지는 단기 근무자와 공무직으로 채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설관리직 채용이 끊어진 동안 교육행정직은 꾸준히 인원을 늘렸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평균 71명을 신규 채용했다. 2012년에는 선발하지 않았지만, 2015년에는 104명을 뽑았다. 권 위원장은 “2015년 시설관리직공무원 선발인원을 예로 들자면 경북교육청이 135명, 경남교육청이 100명, 강원교육청이 36명을 뽑을 동안 대구는 한명도 안 뽑았다”면서 “예산을 핑계로 시설관리, 조리, 운전 직열을 줄여 비정규직과 아웃소싱으로 채울 계획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이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시설관리직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정직 못지않게 경륜에서 나오는 업무 노하우가 있지만 5년에서 10년 뒤에는 이를 전수할 후배가 없어진다는 것. 권 위원장은 “오랫동안 건물을 관리한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사정들이 있다”면서 “비정규직과 아웃소싱으로 관리하면 정확한 파악도 안 될 뿐더러 건축 지식이 없는 행정직들이 예산을 집행할 경우 예산이 낭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안전도 문제다. 권 위원장은 포항처럼 지진이 일어날 경우 학교의 상태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시설관리직 직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에 불이 나도 소방 호스 들고 1차 대처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시설관리직열이 거의 유일하다”면서 “시설관리직을 단순 업무 종사자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설관리직 홀대에는 교육자들의 직업에 대한 편견도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면서 “보수꼴통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런 불합리한 정책은 빨리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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