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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임대주택, 갈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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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임대주택, 갈 길을 묻다

입력
2018.06.10 09:2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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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사회에 회자되는 ‘지ㆍ옥ㆍ고’라는 말이 있다. 반지하ㆍ옥탑방ㆍ고시원의 줄임말이다. 이 말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심각한 주거문제를 빗대어 생겨난 말이다. 민달팽이유니온이 통계청의 2016 상반기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청년주거 빈곤율은 40.4%이다. ‘주거 빈곤’이란 주택법에 규정되어 있는 최저주거기준미달 가구뿐만 아니라 반지하, 옥탑방, 비닐하우스, 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 거주 가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한국도시연구소 조사(2014)에 따르면 청년들은 주거비가 매우 큰 부담이다. 응답자의 평균 주거비는 약 51만원으로 응답자의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35.4%였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7년 10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 수도권 대학 재학생 84%는 기숙사 이용이 불가하다. 수도권 70개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16.1%이며 기숙사 수용률 10% 미만인 곳은 14곳(20%)이다.

대학가 자취방 월세가 해가 다르게 치솟자 기숙사를 더 지어달라는 대학생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총학생회가 재학생 수천 명에게 탄원서를 걷어 구청에 민원을 접수할 정도로 구체적인 움직임도 나타났다. 기숙사 건립은 대학주변 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하여 추진되지 못하는 대학도 있다. 더욱이 올해 3월 청년실업률이 11%를 넘어서는 등 2001년 3월에 5.1%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 청년들은 실업과 주거 빈곤이라는 최악의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서울은 주택가격 및 전월세의 지속적인 상승과 청년을 위한 저렴 임대주택 부족으로 주거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최근 서울시는 주거비상승으로 고통 받는 2030 청년세대 주거난 해법으로 2022년까지 총 8만호(1인 가구 청년에게 5만6,000호, 신혼부부에게 2만4,000호)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청년들을 위한 주택공급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서울 성내동, 당산동, 신림동, 창전동 등 주민들은 청년주택 반대시위나 집단서명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주민들은 청년주택을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다. 청년주택이 들어서면 ‘이미지 손상’ ‘아파트값 하락’ ‘교통 혼잡 유발’ ‘지역슬럼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다. 전형적인 님비현상(NIMBY) 현상이다.

주택연구논문들을 종합해 보면 청년주택이 건립되면 주변지역 집값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그리고 청년들과 신혼부부가 거주하는 아파트가 지역 이미지 손상이나 지역슬럼화를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도 보지 못했다. 주민들의 단체행동은 청년주택에 대한 님비적인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 및 신혼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행복주택’이 입지한 인근지역 집값은 대부분 상승했고, 범죄발생건수도 감소했다고 한다. 프랑스, 영국 등의 서구 국가에서는 오히려 청년들과 신혼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사회적 혼합을 이루고 지역에 활기를 불러온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지역에는 대학유치 경쟁이 치열하고 지역 활성화 전략으로 청년인구 증가를 꼽고 있다.

청년임대주택이 보다 더 안정적 공급이 될 수 있도록 노력과 협력이 필요하다. 첫째, 주민들의 부정적 인식과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주택은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의 경제 및 사회적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인식변화가 급선무다. 둘째, 이를 위해서 청년주택이 들어서는 곳에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청년주택 시행주체와 주민들 간의 진솔한 대화의 기회를 마련하고 설득과 이해, 그리고 상생하는 여건을 만들어 가야 한다. 셋째, 대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 확대와 LH, SH 등 주택공기업의 공공주택 확대가 필요하다, 그리고 민간단체의 사회주택 및 협동조합주택 등 제3섹터의 청년주택공급이 활성화 될 수 있는 제도적 지원방안이 동시에 확대되어야 한다.

하성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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