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노무현 이명박, 임기중 개헌 제안했으나 레임덕만 부채질…

알림

노무현 이명박, 임기중 개헌 제안했으나 레임덕만 부채질…

입력
2016.10.24 20:00
0 0

박 대통령은 일단 우호적 환경

정치권, 논의 거부할 명분 없어

“의혹 물타기” 여론 악화되면

정국 혼란 가중 부메랑 될수도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박대통령 뒤편으로 무소속 김종훈, 윤종오 의원이 '나와라 최순실'이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있다. 배우한 기자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박대통령 뒤편으로 무소속 김종훈, 윤종오 의원이 '나와라 최순실'이라고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통령 단임 직선제를 골자로 한 1987년 헌법을 바꾸자는 개헌론은 역대 정권마다 지속적으로 제기됐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각제 개헌’을 매개로 각각 ‘3당 합당’과 ‘DJP 연합’을 이뤄 집권에 성공했으나, 두 사람 모두 개헌 의지가 없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반면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임기 중에 개헌론을 꺼내 들며 추진 의지를 밝혔음에도 무위에 그쳤다. 다만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이전 대통령들이 처했던 정치 환경과 다르다는 점에서 성공 여부가 주목된다.

노무현ㆍ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실패했던 것은 무엇보다 차기 유력 주자의 반대가 컸고, 이를 넘어설 만큼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도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의 개헌 찬성 여론도 높지 않았다. 차기 주자, 국회, 국민 여론 어느 하나 개헌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1년 앞둔 2007년 1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원포인트’개헌을 전격 제안했다. 단임제의 폐해를 시정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의 주기가 맞지 않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 유력 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고 단번에 거부했다. 또 다른 유력주자였던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도 “개헌 논의로 시간을 허비해서 안 된다”며 선을 그었다. 노 전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여당 내부에서조차 호응을 얻지 못해 3개월 만에 철회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 전 대통령 역시 2009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개헌을 언급한 데 이어,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 이슈를 계속 띄웠지만, 유력 차기 주자였던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부정적 입장을 밝히고 친박계가 외면하면서 무산됐다. 두 대통령이 내건 개헌 카드는 세상 밖에 나오자마자 반대론에 부딪혀 제대로 된 논의 한번 이뤄지지 못하고 소멸됐다. 개헌 카드는 도리어 레임덕을 부채질하는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일단 누구도 대놓고 거부할 수 없는 정치 지형 속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전 실패 사례와 출발부터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87년 체제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드러나면서 어느 때보다 국회의원들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70%가 넘는 국민이 지지하는 등 여론도 우호적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의혹을 물 타기하기 위한 정략적 카드라는 의심도 적지 않아 실제 개헌 여론의 전개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개헌에 대한 원론적 찬성 입장과 달리 ‘정략적 개헌 시도’라는 반대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야권 주자들이 개헌 논의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백가쟁명 식 논의로 합의를 이루지 못해 정국의 혼란만 가중될 경우 개헌 카드는 박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개헌 카드가 무산되면 이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레임덕만 가속화할 수 있는 것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