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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홍준표는 왜 무상급식을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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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던 홍준표는 왜 무상급식을 버렸나

입력
2015.04.0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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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남 창원의 홍준표 경남지사 관사 앞 거리에서 순찰중인 경찰이 지나가는 가운데 현수막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환경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경남 창원의 홍준표 경남지사 관사 앞 거리에서 순찰중인 경찰이 지나가는 가운데 현수막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회가 연일 시끄럽습니다. 이를 촉발시킨 홍준표 경남지사도 연일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이슈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고, 미국 출장 중엔 평일에 부인과 함께 골프를 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홍 지사 주변에서는 내심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대권을 꿈꾸는 홍 지사 입장에서는 전국적 이슈의 중심에 서는 것이 대권 주자로써의 인지도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기사보기) 정치인들에게 욕먹는 것 보다 무서운 건 잊혀지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사실 홍 지사의 돌출 행동에 대해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대권 욕심' 때문이라는 냉소적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기사보기) 한때 서민 정치인을 표방했던 홍 지사. 그는 누구이고 무상급식과의 질긴 인연은 어디서 시작됐는지 돌아봤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어린 시절 누나와 찍은 사진. 연합뉴스
홍준표 경남지사가 어린 시절 누나와 찍은 사진. 연합뉴스

① 수돗물로 배 채웠던 홍준표는 왜 무상급식을 반대하나

홍준표 경남지사가 반(反) 무상급식 선봉에 서고 있는 모습을 선뜻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의 과거 때문입니다. 홍 지사의 인터뷰에서는 어린 시절 가난했던 기억이 빠지지 않습니다. 학창시절 가난한 집안 형편상 도시락을 못싸와 점심시간에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얘기는 홍 지사의 인생 스토리에 단골 소재로 등장합니다. (▶기사보기) 실제로 가난은 그의 인생 내내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중고교 입학도 당시 명문학교 대신 장학금을 주는 일반학교로 가야했고, 대학 전공 역시 본인이 원했던 의대 대신 법대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홍 지사는 과거 대학 입시를 위해 서울에 도착했을 당시를 회상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1972년 2월 24일 새벽, 단돈 1만 4,000원만 달랑 들고 서울역에 내렸던 산골소년 홍준표가 이제 서민 대통령이 돼 대한민국을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만들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기사보기) 유년 시절의 경험과 기억이 평생의 가치관을 만든다는 일반적인 사실에 근거할 때, 홍 지사는 누구보다 ‘가난’으로 인한 낙인에 대한 거부감이 강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무상급식 도입 역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있어 가난이라는 ‘낙인’을 가려주는 데 주 목적이 있습니다. 가난했던, 그래서 서민 정치인을 표방했던 홍 지사가 무상급식의 대척점에 서 있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② 모래시계 검사와 ‘서민’이미지로 살아남기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된 홍 지사는 소위 말하는 돈도 백도 없었기에 변방을 전전합니다. 그의 이름 석자가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조폭 수사때문입니다. 당시 그의 칼끝에는 어느 누구의 눈치도, 성역도 없는 듯 했습니다. 슬롯머신 사건 수사때는 '6공화국 황태자' 박철언씨를 구속 기소함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 사건을 토대로 한 드라마 ‘모래시계'가 인기를 끌면서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탑니다. (▶기사보기) 이를 바탕으로 그는 15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 정계에 입문합니다. 홍 지사는 기득권 보수 정당에서 ‘서민’ 이라는 틈새 이미지로 정치 생명을 이어 갑니다. 야당 성향이 강한 서울 동대문에서 내리 3선(16~18대 국회의원)을 한 것만 봐도 ‘서민’ 이미지는 그의 정치에 주요 포인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홍 지사는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펼쳐진 한나라당 내 경선에 출마하며 대권 의지를 드러냅니다. 주류 세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시 이명박 박근혜 양강 체제로 굳어진 대선 경선에서 홍 지사의 출마 선언은 사실상 다음 수를 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습니다. (▶기사보기)

홍준표(맨 오른쪽) 경남지사가 2007년 17대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홍준표(맨 오른쪽) 경남지사가 2007년 17대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들과 손을 맞잡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는 2010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권이 걸린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대권 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겁니다. 하지만 '영원한 라이벌' 안상수에 대권 디딤돌인 여당 대표 자리를 내줍니다. 패배의 아픔을 삭이며 그가 맡은 자리는 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입니다. (▶기사보기) 이렇듯 도전의 순간, 위기의 순간마다 그의 키워드는 '서민'이었습니다. 결국 그는 다시 ‘서민 이미지'를 구축, 이듬해 7월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됩니다. 무상급식이라는 '정치 요리' 재료가 그의 앞에 놓인 것도 이 무렵입니다. 그 또한 외면하지 않습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1년 12월 당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퇴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홍준표 경남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1년 12월 당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퇴장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③ 한나라당 대표 시절부터 시작된 무상급식에 대한 거부감

홍 지사가 무상급식 논란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은 제5회 지방선거가 있었던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이 무상급식 프레임을 강하게 걸고 나오자 그는 "무상급식은 얼치기 좌파의 공약"(▶기사보기) 이라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홍 지사는 2011년 한나라당 대표에 선출되면서 무상급식 거부를 본격화합니다. 취임 직후 인터뷰에서 "무상급식은 세금급식"이라며 재차 반대 입장을 밝힙니다. (▶기사보기) 하지만 그의 정치 행보에 발목을 잡은 것 역시 무상급식입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 후 자진 사퇴하고, 이어진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합니다. 여기에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사이버테러에 여당측 인사가 연루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나라당의 위기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결국 홍 지사는 대표 임기를 6개월도 채우지 못한채 당권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넘기고 하차합니다. (▶기사보기)

홍준표(오른쪽) 경남지사가 지난달 18일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무상급식과 관련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오른쪽) 경남지사가 지난달 18일 경남 창원 경남도청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무상급식과 관련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④ 경남을 반(反) 무상급식의 전진기지로

대표직 중도사퇴 이후 이듬해 19대 총선까지 낙마한 홍 지사는 같은해 열린 경남지사 재보선에 당선되면서 정치적 재기의 교두보를 확보합니다. 이때 역시 무상급식 이슈가 화두가 됩니다. 하지만 그는 예상을 깨고 선거전에서 무상급식 전면확대를 약속합니다. (▶기사보기) 그의 변화에 대해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까지 패배하면 정치적 재기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그는 지사 취임사에서도 무상급식 예산 삭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홍 지사는 도지사에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2013년 11월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삭감한 예산안을 도 의회에 제출합니다. (▶기사보기) 무상급식에 대한 거부감을 다시 드러낸 것입니다.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던 그는 3개월 만에 다시 태도를 바꿉니다. 무상급식 예산 추가지원 의사를 밝히며 갈등봉합에 나섰는데, 이는 6월 지방선거 재선을 위한 행보로 풀이됐습니다. (▶기사보기) 재선에 성공한 홍 지사는 반(反) 무상급식을 구체화하기 시작합니다. 홍 지사는 2014년 10월 무상급식 사용 실태에 대한 도 교육청 감사를 선언했고 (▶기사보기), 11월 도 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하자 무상급식 중단 계획을 구체화 합니다.(▶기사보기) 그리고 4월 1일부터 무상급식 지원을 실제로 중단합니다. (▶기사보기)

지난달 12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창원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영화예고편을 보고 있다. 시사IN 제공
지난달 12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창원 경남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영화예고편을 보고 있다. 시사IN 제공

⑤ 무상급식 논란으로 얻는 것과 잃는 것

무상급식 논란에 대한 홍 지사의 발언을 보면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표현이 생각납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한 뒤 이를 비판하는 측을 향해 ‘학교는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 공부하러 가는 곳’(▶기사보기)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시민들은 홍 지사가 경남도 의회 본회의 도중 컴퓨터로 영화감상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자(▶기사보기) “도 의회는 도 의정을 논의하는 곳이지 영화를 보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또 홍 지사의 항공기 비즈니스석 이용과 미국 출장 중 평일 골프 논란에는(▶기사보기) "예산 부족을 이유로 무상급식을 중단해 놓고 엉뚱한 곳에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을 고리로 도지사로서는 드물게 전국적 이슈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까지 무상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남도청을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홍 지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한층 심화되고 있습니다. 홍 지사가 무상급식 논란과 관련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진영의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노력보다는 감정적 대응으로 맞선다는 지적도 있습니다.(▶기사보기) 홍 지사가 진정으로 대권을 노린다면 진영 논리로 찢어진 사회를 더 헤집는 승부수를 던질 것이 아니라 반대편까지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홍 지사의 무상급식 논란을 둘러싼 최근 행보는 4년 전인 2011년 그가 당 대표에 당선됐을 당시부터 예견됐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 대표 선출 당시 이 같은 방식의 '홍준표 정치’를 걱정했던 한 칼럼이 떠오릅니다. 홍 지사에게 필독을 권합니다.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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