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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모리스웜(7.26)

입력
2018.07.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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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바이러스라 불리는 '모리스웜'의 개발자 로버트 모리스가 인터넷 보안관련 범죄로 1989년 오늘 기소됐다.
위대한 바이러스라 불리는 '모리스웜'의 개발자 로버트 모리스가 인터넷 보안관련 범죄로 1989년 오늘 기소됐다.

미국 코넬대 대학원생 로버트 T. 모리스(Robert Tappan Morris, 1965~)가 1989년 7월 26일, 사이버보안법(Computer Fraud and Abuse Act)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최초의 인터넷 바이러스로 꼽히는 ‘모리스웜(Morris Worm)’을 개발해 퍼뜨린 혐의였다. 그는 사이버 보안 관련 범죄로 기소된 최초의 피의자였다.

모리스웜은 불과 이틀여 만에 대학ㆍ연구소 등 6,000여곳의 서버와 호스트시스템을 마비시켰지만, 다행히 데이터를 파괴하거나 오염시키는 악성코드는 없었다. 그 일을 계기로 인터넷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됐고, 미 국방성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산하 컴퓨터침해사고대응팀(CERT)이 창설됐다. 모리스는 3년 보호관찰형과 400시간 봉사명령, 벌금 1만달러를 선고받았지만, 그 ‘도발’이 끼친 긍정적 의미가 조명되면서 모리스웜을 ‘위대한 웜(The Great Worm)’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다.

모리스의 아버지는 벨 연구소를 거쳐 훗날 미 안보국(NSA) 컴퓨터 보안 파트에서도 일한 컴퓨터공학자였다. 자연스레 어려서부터 컴퓨터에 익숙했던 그는 하버드대를 거쳐 코넬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했다. 인터넷 시대가 막 열리던 무렵이었다. 재판 진술에 따르면, 그는 인터넷 세계의 크기를 알고 싶다는 지적 호기심으로 모리스웜을 만들어 확산시켰다고 한다. 그의 구상은, 간단히 말하자면, 유닉스 운영체계상의 허점을 파고들어 거기 기생ㆍ전염하면서 그 숫자를 헤아려 보자는 거였다. 그는 중복 합산을 피하기 위해 감염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바이러스 안에 삽입했고, 다만 운영체계가 자동적으로 ‘Yes’로 답변하는 경우를 회피하기 위해 7번 중 1번은 답변에 상관없이 바이러스가 재감염되도록 프로그래밍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인터넷 전파속도를 과소평가했고, 특정 시스템 안에서 7분의 1 확률로 바이러스가 무한 복제되면서 시스템을 연쇄 다운시켰다. 물론 웹과 e커머스 시대가 열리기 전이었다.

재판부는 그에게 악의가 없었던 점,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참작했다. 그는 2006년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보안 관련 업체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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