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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학 칼럼] 다가올 북한과의 대면

입력
2016.09.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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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라 상상해 보자.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미 대통령에게 긴급 면담을 요청한다. 북한이 핵폭탄을 미국까지 도달 가능한 대륙 간 탄도미사일의 끝부분에 들어갈 만큼 작게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은 금세 일반에 유출된다.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워싱턴뿐만이 아니라 서울,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에서 국가 수뇌부 회의가 열린다.

지금 보기에 이런 시나리오는 비현실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공상과학 소설보다 정치과학에 가깝다. 북한은 최근 다섯 번째(이자 분명히 성공적으로 보이는) 핵폭발 장치 실험을 마쳤다. 몇 차례 탄도 미사일 실험을 벌인 뒤였다. 별다른 간섭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 비축을 늘리는 한편(현재 8~12개 정도로 추정된다) 사정 거리가 늘어나고 정확도가 높아진 미사일에 소형화한 핵무기를 장착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군국화돼 있고 폐쇄된 사회인 북한이 이 문턱을 넘는 순간 몹시 위험해진다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북한은 이제 미국의 군사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단정할 수도 있다. 이러한 판단 아래 북한이 남한에 비핵 군사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그러한 전쟁이 북한의 패전으로 끝난다 해도 어떻게든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 발전을 통해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쟁을 벌일 필요도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미국 개입을 단념시킬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고 남한과 일본이 판단한다면, 두 나라는 스스로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을 높이면서 비핵국가에 대한 미국의 안전보장을 더는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런 결정은 중국을 경계시키고 지역 위기 단계로 만들거나 심지어 세계에서 인구와 재산, 군사력이 가장 밀집된 지역에서 갈등이 일어나도록 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위험 요소도 있다. 재정난에 처한 북한은 최고가를 주겠다는 유혹을 받고 핵무기를 수출할 수도 있다. 자기들에게도 최후의 무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해외 국가나 테러리스트 단체에 말이다. 핵무기의 확산은 말 그대로 핵무기가 더 폭넓게 확산될 가능성(그리고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이 몇 가지 있다. 하지만 어떤 것도 딱히 매력적이지 않다. 협상에 관해서라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이 자신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최고 수단이라 여기는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확신할 만한 이유가 있다 해도 그렇다. 사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능력을 진전시킬 시간을 벌려고 협상을 사용하기도 했다.

다른 방안으로는 현재의 포괄적 제재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게 만들 만큼 제재가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부분적으로는 중국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이 무너져 대거 이주민이 유입되고 한국이 통일되어 미국 전략적 궤도 안에 놓이게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래서 북한이 필요로 하는 연료와 음식을 계속 얻을 수 있도록 해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중국과 외교를 펼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은 남한과 일본과 면밀하게 상의한 뒤 한국이 통일되면 어떻게 될지 중국 고위 공무원들과 만나 논의해야 한다. 중국의 관심사가 어느 정도는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통일 한국은 비핵화가 될 수도 있고 한반도에 남아 있는 미군은 감축과 함께 지금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가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러한 보장이 북한에 대한 중국 원조를 뚜렷하게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 경우 미국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세 개가 더 있다. 하나는 북한이 미국 땅에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한 채로 내버려 두는 일이다. 이러한 정책은 핵무기 사용이나 확산이 곧 북한 정권의 종말을 불러오고 핵 보복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방식의 방어(추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적절히 사용하는 식의 방어)와 억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이버 무기는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는 것을 막는 데 사용될 수도 있다.

두 번째 방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력을 타깃으로 한 비핵 무장 공격이다. 이 방안의 위험성은 원하는 모든 목적을 이루지 못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북한이 미군 3만여명이 주둔하고 있는 남한에 비핵 군사 공격을 하도록 자극하거나 심지어 핵무기 공격을 감행하게 만들 수도 있어서 위험하다. 말할 것도 없이 남한과 일본은 미국이 군사적 대응에 착수하기 전에 미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돼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방안도 북한에 비핵 군사 공격을 감행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북한이 경계 태세에 들어가고 즉시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첩보가 들어올 경우에만 한정한다. 고전적인 선제공격이다. 하지만 첩보가 확실하지 않거나 충분히 일찍 입수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 모든 것은 서두에 언급한 2020년을 상상하게 한다.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미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시기 말이다. 여전히 많은 것이 불확실하다. 하지만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기든 재임 기간에 북한과 관련한 중대한 결정에 직면할 것이란 점만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 회장

번역=고경석기자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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