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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멧돼지 피해 줄이고 자연 느끼고… 일본 2030, 수렵면허 따고 산으로

입력
2018.03.04 13:5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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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지방 중심 트렌드 확산

대학서도 사냥 동아리 등장

야생동물 요리법도 주목 받아

일본에서 멧돼지와 사슴 사냥을 위해 수렵면허를 취득하는 젊은 계층이 크게 늘고 있다. 멧돼지 출몰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연간 약 51억엔(510억원)에 달할 정도로 야생동물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에서 멧돼지와 사슴 사냥을 위해 수렵면허를 취득하는 젊은 계층이 크게 늘고 있다. 멧돼지 출몰에 따른 농작물 피해가 연간 약 51억엔(510억원)에 달할 정도로 야생동물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에서 멧돼지나 사슴 등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수렵면허를 취득하는 20,30대 젊은이가 늘고 있다. 고향의 산과 생태계를 지킨다는 사회적 의미와 함께 야생을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매력 때문에 지방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야생동물을 퇴치할 수렵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나타난 그나마 다행스런 현상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평가다.

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구마모토(熊本)현 우키(宇城)시에선 젊은 농민들이 주축이 돼 ‘구마모토 농가 헌터’가 최근 결성됐다. 밤나무 숲에 올가미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멧돼지를 잡고 있다. 이 모임은 재작년 수확 전날 데코폰(일본에서 개발된 감귤ㆍ한라봉)을 멧돼지들이 먹어 치우는 피해가 일제히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밭을 지키는 자경단을 만들자’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80여명이 뜻을 함께 했다. 80여명 중 30명이 수렵면허를 획득했고, 현재는 사로잡은 멧돼지를 식용육이나 비료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이 집계한 사슴의 추정 개체수는 2015년 약 304만마리(홋카이도 제외)로 25년전보다 10배나 증가했고, 멧돼지는 약 94만마리로 3배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사슴(150억엔), 멧돼지(51억엔) 등 200억엔이 넘는 농가피해가 나오는 것은 물론 생태계도 교란시키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야생동물 증가에 따른 피해가 급증하는 반면 수렵면허 소지자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50년전엔 50만명 정도 있었지만, 고령자 사망으로 최근엔 18~20만명까지 줄어들었다. 그나마 젊은 계층에서만 2006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도시지역의 사냥면허 취득자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키타(秋田)현 후지사토마치에는 지역부흥협력단으로 일하면서 수렵면허를 취득한 젊은층이 많다. 이 지역 노인들의 사냥 이야기를 듣고 흥미가 생긴 경우다. 세계자연유산인 인근 시라카미산지(白神山地)에서 사슴을 목격한 경우가 많고, 허가된 시즌에 수렵에 도전하는 마니아층이 생긴 것이다. 대학의 수렵 동아리도 탄생하고 있다. “아웃도어가 좋다”거나 “과거 선조들의 수렵 생활에 흥미가 있다”, “사냥을 테마로 한 비디오게임으로 관심이 생겼다”는 게 이유다. 이들은 멧돼지 피해농가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한다. 도쿄대에도 ‘사냥꾼의 모임’이 생겨 수렵교본을 학습하거나 포획한 가죽이나 뼈로 만든 잡화를 대학 축제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생동물을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이른바 ‘지비에(프랑스어 Gibier) 요리’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사냥한 동물을 식자재로 이용하는 경우는 10%에도 못 미친다. 격렬한 사냥과정으로 체온이 오른 채 죽은 야생동물은 육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수렵면허 모임이 늘어나고 사냥기술이 발달하면 육질도 높아질 수 있다”며 “지비에 음식점들과 연계되면 멧돼지 농가 피해 해결뿐 아니라 수렵자 본인과 농가 수익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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