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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독자모델 개발에 언론사 미래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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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독자모델 개발에 언론사 미래 달려있다”

입력
2017.06.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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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광고시장서 구글ㆍ페이스북과 경쟁 안 돼

다수 언론사 협력해 공동 유료 플랫폼 만들 수도”

8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2017 세계편집인포럼에서 프랑스 피가로그룹의 장 뤽 브레이스 대표가 신문사의 디지털 변화와 사업 다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반(남아공)=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8일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2017 세계편집인포럼에서 프랑스 피가로그룹의 장 뤽 브레이스 대표가 신문사의 디지털 변화와 사업 다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반(남아공)=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인터넷에서 기사를 읽다보면 화면을 뒤덮는 각종 광고 탓에 짜증이 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낯뜨거운 성인 광고가 튀어나오면 남들이 볼까봐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7~9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세계신문협회(WAN-IFRA) 주최로 열린 ‘2017세계편집인포럼’에 참석한 각국 언론인들은 “뉴스 콘텐츠의 유료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문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미국의 미디어 컨설팅업체 스크롤의 토니 헤일리 대표는 “이용자들은 기사와 함께 노출되는 디지털 광고를 각종 방법으로 손쉽게 차단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광고주들도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후안 세뇨르 이노베이션인터내셔널미디어컨설팅그룹 파트너도 “구글과 페이스북이 세계 디지털 광고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어서 광고분야에서 신문사들은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각 언론사들은 광고 없는 유료 콘텐츠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독자들 입장에서는 무료로 보던 인터넷 뉴스를 갑자기 돈 내고 보라고 하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프랑스 피가로 그룹의 장 뤽 브레이스 대표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특별한 서비스를 제안했다. 그는 “뉴스 유료화의 전제 조건은 독자들이 돈을 낸 만큼 ‘프리미엄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며 “방송사들이 뉴스에서 시도하는 비디오 인터랙션 서비스(시청자 의견을 실시간 반영) 같은 차별화된 뉴스 제공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의 디지털화와 유료화는 종이신문이 점차 사라지는 현실과 맞물려 빨라지고 있다. 2010년 미래전략 컨설팅 업체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는 올해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종이신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신문이 사라지는 시기를 2026년으로 봤다. 각국이 처한 언론 환경이 달라서 시기가 유동적일 수 있으나 지면이 사라진다는 큰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2010년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가 발표한 전 세계 종이신문 소멸시기 지도. 미국은 2017년, 한국은 2026년에 신문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 제공
2010년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가 발표한 전 세계 종이신문 소멸시기 지도. 미국은 2017년, 한국은 2026년에 신문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퓨처익스플로레이션네트워크 제공

그만큼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은 디지털 유료 구독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아메리칸프레스인스티튜트가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신문사 4곳 중 3곳 이상이 유료 디지털 구독 방식을 실시하고 있다. 로이터인스티튜트 디지털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유럽에서도 171개 주요 신문사 가운데 63% 이상이 돈을 내야 인터넷에서 기사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칼레 융비스트 세계신문협회 수석 고문은 “세계적인 영상 스트리밍 업체 넥플릿스의 유료 콘텐츠 모델을 뉴스에 도입할 수 있다”며 “가짜 뉴스 등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인터넷에 넘치는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양질의 정보를 원하는 만큼 이를 유료화로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별 언론사가 유료 사업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힘들다면 다수의 언론사가 협력해 공동으로 뉴스 제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예를 들어 복수 매체가 합작으로 홈페이지를 만들고 연간 이용료를 내는 이용자들에게 소속 매체의 기사를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3년 전 포르투갈에서 코피나(Cofina), 글로벌 미디어(Global Media), 임프레사(Impresa), 미디어 캐피털 앤 헤나센사(Media Capital and Renascenca) 등 유력 언론사 5곳이 공동 뉴스 플랫폼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유료화를 할 경우 각국의 환경에 따라 적정 구독료를 산정하는 일도 관건이다. 최근 미디어 컨설팅 업체 스크롤이 미국의 80개 주요 매체가 참여하는 공동 플랫폼 모델을 만들 경우 수익성을 따져본 결과 이용자 1인당 최소 월 3.56달러(약 4,070원) 이상을 받아야 운영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한국 기준으로 일간지 월 구독료(1만5,000원)의 4분의 1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다. 연령 별로 세분화하면 45~54세가 월평균 6.71달러(약 7,700원)를 지불할 의사가 있어 가장 높았고, 65세 이상이 5달러(약 5,700원)로 가장 낮았다.

미국에서 뉴스 유료화 관련 구독료 지불 의사를 설문한 결과 45~54세가 월평균 6.71달러를 낼 수 있다고 밝혀 가장 높았다. 스크롤 제공
미국에서 뉴스 유료화 관련 구독료 지불 의사를 설문한 결과 45~54세가 월평균 6.71달러를 낼 수 있다고 밝혀 가장 높았다. 스크롤 제공

한국은 언제쯤 유료화가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당장 도입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포털이 무료로 뉴스를 제공하는 한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접적인 방법이 거론된다. 즉 언론사가 무료 회원제를 운영하며 댓글을 달거나 많은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회원에게 일정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이를 매체와 제휴를 맺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쓰도록 유도하는 모델이다. 언론사는 최종 수익의 일부를 갖게 되는 구조다. 강석 미국 텍사스대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이제 신문사는 언론사가 아닌 ‘종합 미디어 서비스 회사’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실정에 맞는 유료 독자 모델을 개발하는 것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더반(남아공)=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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