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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발목잡는 규제 없애야 경제 위기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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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발목잡는 규제 없애야 경제 위기 벗어날 수 있다”

입력
2017.04.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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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대선주자에 바란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20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회관 8층 집무실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개혁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20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경총회관 8층 집무실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개혁하고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기업이 못하는 게 없는 나라가 돼야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20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만난 박병원(65)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바를 이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기 침체,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기업을 옭아매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뜻이다.

박 회장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경제 분야에서) 이뤄진 게 뭐가 있냐”면서 “(온갖 규제로 인해) 기업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누가 당선되든 경제 회복은 힘들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연합회장 등을 역임하며 민관을 두루 거친 경제 전문가다. 경쟁과 개방을 중시하는 시장주의자인 박 회장은 규제를 앞세운 관치 경제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성장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제조업에서 벗어나 농업과 서비스업을 개방하고 경직된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세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 모두 상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입장이고, 둘 중 누가 당선되든 재벌개혁을 강화할 조짐이다.

“재벌과 대기업, 부자를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편법상속, 탈세 등 잘못된 행위는 기업의 규모와 관계 없이 처벌해야 한다. 다만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하는 건 옳지 않다. 기업이 크다는 건 죄가 아니다. 대기업은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 자산이다. 상법 개정안도 대기업을 공격하는 수단과 대기업이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논쟁은 정답이 없다. 해외에도 문어발식 확장으로 성공한 기업 사례가 많고 가업승계로 성공한 기업도 많다.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하기보다는 기업에 맡겨야 한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법인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 자본 시장에서는 대체로 5%의 수익률만 기대할 수 있으면 투자를 하려 한다. 반대로5%의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새로운 비즈니스와 일자리가 생기지 않고, 근로자의 임금도 올라가지 않는다. 정부의 목표는 세수를 늘리는 것 아닌가. 법인세율이 낮아도 투자가 많이 일어나 더 많은 기업이 법인세를 내게 되면 세수가 늘 테지만, 반대로 법인세 인상으로 투자 의욕이 떨어져 세금을 걷을 회사가 줄어든다면 세수는 줄어들 것이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강화를 통해 대기업을 견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정거래법은 이름부터 잘못 붙었다. 원래 경쟁촉진법인데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대기업규제법으로만 작용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키는 법이 돼야 한다. 국내 기업만으로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면 시장을 개방하면 된다. 제조업이 그런 경쟁을 통해 성장했다. 제조업을 경쟁시켰던 전략을 국제 경쟁력이 취약한 농업과 서비스업에도 똑같이 적용했어야 했다.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를 키운 경쟁을 농축산물, 금융, 통신, 방송 등에도 촉발시켜야 한다. 더 품질좋고 안전한 먹거리, 뛰어난 의료기술로 중국의 부자들을 공략해야 한다. 그런데 반도체 정도를 빼면 우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졌다고 생각한다.”

-새 정부는 의료와 관광 산업을 키우기 위해 무얼 해야 하나.

“모든 중국인이 평생 한 번은 한국에 오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대략 연간 3,000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게 된다. 스위스는 융프라우 등반열차를 설치해 1인당 약 23만원의 요금을 받는다. 우리도 외국인 전용 병원을 짓는 걸 허용해주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와 호텔이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막혀 있다. 차기 정부는 이런 걸림돌을 제거하고, 반대가 있다면 국민과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와 관련해 일부 후보는 정부 주도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만 맡겨선 안 되고 정부가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번이라도 시장에 맡겨놓고 그런 말을 하면 좋겠다. 정부에게 뭘 해달라는 게 아니다. 규제 등 하지 말아야 할 것만 안 하면 된다.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을 활성화하고, 통신요금을 1,000원 할인해 6,000억원의 순이익을 증발시키는 대신 통신회사가 그 돈을 콘텐츠 개발에 투자하도록 하면 일자리가 늘지 않겠나. 공급과잉인 도소매업, 숙박업, 요식업, 운송업 등에선 고용창출이 불가능하다. 제조업과 건설업도 마찬가지다. 외국에서 수요를 끌어와야 하는데 그나마 가능한 분야가 농업, 관광, 의료다.”

-차기 정부가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하나.

“노동법은 기존에 취직한 사람을 강력하게 보호하는 체계를 만들어 놓았다. 기업의 고용 여력과 임금 총액은 정해져 있는데 정규직 기득권층에게만 자원이 집중되니 미취업 청년들과 비정규직, 기간제ㆍ파견제 근로자들의 몫이 줄어든다. 노동시장이 경직된 것은 한번 정규직이 되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하다는 점과 근무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때문이다. 근로자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줘서 개별적 계약의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

-중국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차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차기 정부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많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대중 관계든 대미 관계든 경제적 관계가 너무 일방적이다. 중국 투자도 더 유치하고 미국 투자도 더 유치했어야 했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많다면 중국 정부가 한국에 제재를 가하는 것도 훨씬 어렵지 않겠나.”

대담=장학만 산업부장 trendnow@hankookilbo.com

정리=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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