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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톈진 진출 국내기업 "한파가 몰아친다"

입력
2016.01.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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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기 무관했던 호황 막 내려

대기업들 생산기지 베트남 이전

엎친데 덮친격 인건비마저 급등

현지 설비 갖춘 제조업체 직격탄

납품 최대 30% 급감 폐업 속출도

톈진공항경제구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중국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톈진공항경제구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 중국의 급격한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세계 경기와 무관하게 호황을 누린 예전의 톈진(天津)은 더 이상 없다. 대기업 그늘 아래 편하게 제조업을 하던 시대가 막을 내렸다. 세계적 경기 침체 속에 텐진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 톈진에서 만난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급변한 현지 상황을 한파에 비유했다. 톈진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삼성 LG 등 대기업과 중국에 동반 상륙한 부품 협력업체들이 둥지를 튼 우리 제조업의 메카 같은 곳이다. 따라서 텐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위기는 곧 우리 제조업의 위기다. ★관련기사 3, 4면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을 현장에서 파악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의 해외 전진기지인 텐진을 찾았다. 이 곳에 진출한 우리 제조업체들은 대기업 납품이라는 든든한 동아줄을 붙잡고 호황을 누렸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경기도(1만184㎢)보다 넓은 1만1,760㎢ 면적에 1,500만여명이 거주하는 톈진은 중국 4대 직할시 중 하나다. 우리 기업 800여개는 톈진항이 있는 빈하이신구(濱海新區)와 톈진공항경제구 등에 분산돼 있다. 대부분 현지에서 부품을 생산하거나 외주가공을 해 대기업에 납품하는 제조업체들이다.

텐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말을 종합하면 위기는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폰 생산량 가운데 상당 부분이 베트남 공장으로 빠져 나가기 시작한 2012년부터 찾아왔다. 백색가전 공장을 운영한 LG전자 등 다른 대기업들도 수출용 제품의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베트남 등으로 생산시설을 옮기고 있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협력업체들은 현재 납품 물량이 최대 30% 가량 줄어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내 제품 판매량이 감소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대기업들은 출구 전략을 선택했다. 그 바람에 최대 생산량 기준으로 현지 설비를 갖춰 놓은 협력업체들은 주문량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아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4월 톈진의 최저임금이 월 1,680위안에서 1,850위안으로 10% 올랐다. 잔업과 휴일근무를 감안하면 현지 근로자 한 명 당 월 3,000위안(약 53만원) 이상 줘야 해 부담은 배가됐다. 결국 기업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다가 하나 둘 문을 닫았다.

눈에 띄게 줄어든 텐진의 동포 숫자도 우리 기업이 처한 녹록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한때 7만 명이던 텐진 거주 동포는 현재 4만명 이하로 감소했다. 텐진한국상회 관계자는 “기업이 줄며 일자리도 사라져 동포 숫자가 자꾸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톈진(중국)=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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