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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세금 가벼운 아일랜드 자회사에 수익 몰아줘 조세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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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세금 가벼운 아일랜드 자회사에 수익 몰아줘 조세 회피

입력
2015.10.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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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 지역서 번 돈 탈세 위해

자회사 2개 운영… 네덜란드 경유도

과세 엄격한 미국에 본사 둔 애플 등 IT 공룡들 유사 편법

G20, 소득이전 통한 조세 회피 배당 간주해 과세 등 공동대응키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의 공통점은 뭘까요. 일단 거대한 다국적 정보기술(IT) 기업이라는 것, 그리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애플은 아일랜드 자회사에 1,000억달러가 넘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습니다. 이 돈은 애플이 전세계로부터 벌어들인 돈인데 세금을 내지 않고 그냥 쌓아두고만 있는 이익금입니다. 한국에서 아이폰을 판매해서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부분도 아일랜드에 쌓여있습니다. 구글도 마찬가집니다. 지난 2013년 영국 정부는 구글의 영국 내 매출이 32억파운드(5조7000억원)나 되는데 세금으로 낸 돈은 600만 파운드(약 100억원)에 불과해 매출의 0.19%만 세금을 내고 있다며 구글을 비난했습니다.

구글은 전체 매출의 80%가 미국 밖에서 발생하는데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평균 2.4%의 세금만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애플코리아 역시 연 매출은 2조원가량 되지만 법인세는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다국적 IT기업들에게 세금을 제대로 물려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구글세'라는 용어가 생겼습니다. 구글같은 다국적 IT기업들에게 별도의 세금을 만들어서라도 부과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다국적 IT기업들은 어떻게 세금을 피하는 걸까요?

다국적 IT기업들이 세금을 피하는 구조는 놀라우리만큼 흡사합니다. 그 방식을 요약하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세금이 가벼운 나라에 설립한 자회사로 몰아주는 겁니다. 대부분 아일랜드가 그 대상이 됩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도 12.5%로 낮은 편이고 외국법인에 대한 세금 면제 규정도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구글이 세금을 피해가는 기술을 한 번 함께 살펴보시죠.

우선 세금이 없는 조세회피지역인 버뮤다나 버진아일랜드에 임원을 몇명 파견해서 사무실을 차리게 하고 거기서 아일랜드에 구글의 자회사인 구글 아일랜드를 설립하게 합니다. 이 구글 아일랜드는 앞으로 전 세계에서 구글이 벌어들이는 돈이 모두 모이게 될 회사입니다. 구글 본사는 이 구글 아일랜드에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영업권과 구글의 핵심적인 지적재산권을 모두 넘깁니다.

물론 공짜로 넘긴 건 아니지만 구글이 전 세계에서 벌어들일 수익에 비하면 아주 싼 가격입니다. 구글 아일랜드는 이렇게 확보한 지적재산권을 활용해 전세계에 구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지사들로부터 거액의 로열티를 받습니다. 이렇게 받은 로열티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내는 게 원칙입니다만, 구글 아일랜드는 버뮤다에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므로 아일랜드 세법에서는 외국인(비거주자)으로 간주되고 법인세도 버뮤다에 내도록 합니다. 하지만 버뮤다는 법인세율이 0%이니 결국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죠.

만약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세우지 않고 미국의 구글 본사가 전세계 지사들로부터 로열티를 받았다면 미국의 법인세율 35%를 적용받아 많은 세금을 냈을 겁니다.

보다 간단하게 하려면 그냥 버뮤다에 자회사를 세우고 거기로 모든 로열티 수익을 집결시켜도 가능하긴 하지만 미국에는 조세피난처대응세법이 있어서 조세피난처의 자회사가 단순히 본사의 로열티 수수를 대행만 하는 경우는 그 수익이 사실상 미국 본사의 수익으로 보고 법인세를 부과합니다. 그래서 번거롭지만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만든 겁니다.

그럼 아일랜드 정부는 구글의 이런 조세회피전략을 통해 뭘 얻는 게 있길래 이런 구조를 묵인하는 걸까요. 구글로부터 얻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아일랜드는 아일랜드에 또 다른 자회사2를 설립해서 2,000명 가량의 직원을 고용하고 전세계 영업과 로열티 수수를 실제로 담당하게 합니다. 이 아일랜드 자회사2가 벌어들이는 수익의 대부분은 다시 구글 아일랜드로 대부분 이동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용이 창출되고 약간의 이익에 대한 법인세도 냅니다. (이익을 구글 아일랜드로 다 가져갈 수도 있으나 아일랜드 정부를 달래기 위해 약간의 이익을 남겨놓습니다.)

그런데 아일랜드 자회사2가 벌어들이는 로열티를 구글 아일랜드로 보낼 때는 문제가 생깁니다. 아일랜드 세법에 외국인(버뮤다에 근거지를 둔 구글 아일랜드)에게 로열티를 송금할 때는 20%의 원천세율로 세금을 떼고 나서 남는 돈만 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그 세금이 아까운 구글은 다시 머리를 써서 네덜란드에 페이퍼컴퍼니를 하나 세우고 로열티를 일단 거기로 보냈다가 네덜란드 페이퍼 컴퍼니가 구글 아일랜드로 송금하게 합니다. 아일랜드와 네덜란드는 조세협약이 있어서 네덜란드에 있는 자회사에서 송금받은 로열티는 원천징수를 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등 유럽 역내의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차원에서 만든 조항이지만, 구글에게는 세법의 구멍으로 활용된 겁니다.

결국 요약하자면 아일랜드의 자회사2가 전세계로부터 벌어들인 로열티를 네덜란드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구글 아일랜드가 받게 되는데, 구글 아일랜드는 버뮤다 거주자로 인정되어 세금을 내지 않게 되는 구조입니다. 애플과 페이스북 스타벅스 아마존 등도 이와 똑같은 구조를 활용합니다.

처음에 애플,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의 공통점을 여쭤봤지요. 하나의 공통점이 또 있습니다.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둔 회사라는 점입니다. 전세계의 다국적 기업은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닌데 왜 미국 회사들만 이렇게 세금 줄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을까요.

그건 미국의 세법 때문입니다. 미국은 본사가 미국에 있으면 전세계 어디에서 벌어들인 돈이라도 미국 본사의 이익으로 간주하고 미국 본사에 법인세를 부과합니다. 이런 원칙을 ‘거주지 과세 원칙’이라고 하는데 주요 국가들 가운데는 미국과 한국 정도만 거주지 과세 원칙을 갖고 있고 대부분은 자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번 돈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거나 너그럽게 과세합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이탈하는 것보다 그게 낫다고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IT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번 돈이야 미국 정부에 세금을 내는 게 맞지만 왜 외국에서 번 돈까지 미국 정부에 내야 하는가라는 불만을 갖게 되고 그것이 ‘아일랜드에 자회사를 세워서 돈을 거기에 쌓아두자’라는 아이디어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서 구글 아일랜드처럼 국제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간 세법차이를 이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에 세금을 물리기로 합의한 것도 이 때문입다. G20의 의뢰를 받아 방안을 마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런 행위를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영어 약자로 BEPS라고 부르는데요. BEPS 때문에 줄어드는 법인세가 매년 세계적으로 1,000억~2,400억달러나 된다 하니 세계 각국이 공동 대응을 할만한 것이지요.

G20은 일단 구글처럼 해외 자회사 소득을 장기 유보하는 경우라도 일정액이 넘으면 배당을 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하기로 했습니다. 또 비과세 내용이 포함된 조세조약의 남용을 줄이기 위해, 일정 기간 이상 지분을 보유해야만 조세조약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기업이 요리조리 빠져나가 어느 나라에서도 세금을 물지 않는 사례를 없애기 위해, 정부끼리 서로 정보 교환도 활발히 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세금 문제에 있어서는 당국이 그물을 치면 기업들이 어떻게 해서라도 그 그물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았던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각국이 어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 잘 이행될 수 있을지는 지켜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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